[안승준의 다름알기] 친구를 늘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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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 Ⓒ픽사베이
▲초대장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요 며칠 짬 날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은 연락처를 탐색하고 청첩 연락을 돌리는 일이다. 처음 휴대전화 개통한 이래로 20여 년간 쌓인 연락처는 1000여 개를 넘나들지만, 그중 어색함 없이 나의 결혼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이의 수는 순식간에 수십에서 수백 개가 줄어든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소리를 몇 번씩 들은 후에도 남아있는 번호들은 대체로 오랜 시간 만나온 진한 인연들이다. 1년에 한 번, 몇 년에 한 번 혹은 10년 넘게 만나지 못한 분들도 있지만 이때만큼은 용기 내 연락드리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주변 어른들의 말씀 받들어 하나하나 번호를 눌러간다. 다행인 것은 멋쩍은 “여보세요.”라고 건네는 내 말투와는 상반되게 하나같이 진심 담은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신다는 것이다.

“면목 없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무슨 말씀을!! 이때라도 연락하는 거지. 그마저 연락 없었으면 서운했을 거야.” 대화가 오고갈 땐 맘속 깊은 곳에서 뜨끈한 감사의 마음이 올라온다.

조금 더 친하거나 마음 더 가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거나 그렇지 않거나 예외 없이 너무도 큰 축복의 인사들을 전해주신다.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아쉬움이었건 다툼이었건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오래된 만남 중 그 어떤 누구와도 다툼 없고 충돌 없는 관계는 없었다. 맘에 들지 않았고 이해되지 않았고 그들에게 나 또한 그랬었다. 도저히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다시는 만나지 않고 싶던 적도 있었다. 단점을 말하라고 하면 줄줄이 늘어놓을 수 있지만 그들 또한 나에 대해 그럴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오늘의 연락과 축하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불편한 면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만날 때마다 팔 내어 주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 나와의 만남이 불편했지만 친구가 되기 위해 받아들이기로 했을 것이다. 나의 욕심도, 누군가와 다른 사상이나 맞지 않은 종교도 나와 인연이 되기 위해 어떤 이는 조금의 다름이라 여기고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연락처에 있는 어떤 누구와도 완벽하게 궁합이 맞거나 모든 면이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람이기에 세상 어떤 이와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런 작은 불편함을 넘어서는 것은 함께 산다는 것이 작은 다름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로 작용함을 알기 때문이다.

난 요즘 내가 맺어온 모든 인연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부족하고 모자라고 완벽하지 않은 나의 곁을 지켜 준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다름이 함께 사는 의미를 진하게 느끼는 중이다. 좋은 사람이 많지만, 단점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사람을 인연으로 만드는 것은 그의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의 이해심이 조금 더 넓었다면 내 연락처에 지워지지 않을 번호들이 조금 더 존재했을 것이고 오늘 난 좀 더 많은 축하를 받았을 것이다. 많은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불편한 다름을 받아들이는 연습부터 하자.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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