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이모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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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장난감이 놓여 있다. ⓒunsplash
▲아이들 장난감이 놓여 있다. ⓒunsplash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결혼이라는 사건은 내게 새로운 사회적 위치들을 함께 선물해 주었다. 남편이 되고 사위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꼬마 친구들이 나를 ‘이모부’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이모와 이모부의 새로운 집이 궁금했던 작은 친구들이 우리 집을 처음 방문하기로 결정된 날부터 우리는 전에 없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손님을 모셔 본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까지의 준비 경험은 꼬마 친구들을 맞이하기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얼큰한 찌개를 끓이는 것도 좋은 와인을 고르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최신영화나 근사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아이들을 맞이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캐릭터가 그려진 각종 풍선과 장난감 텐트를 주문하고 맵지 않은 짜장 떡볶이와 달콤한 스낵도 준비했다. 화장실엔 작은 크기의 슬리퍼가 놓였고 변기엔 앙증맞은 아동용 커버가 씌워졌다. 커다란 TV 화면엔 키즈 콘텐츠가 재생되고 키 작은 아이들을 위해 간이 계단도 여기저기 설치했다.

나보다는 아이들의 취향을 잘 아는 아내의 사전지식이 큰 역할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묻고 처형과 상의하고 검색하고 공부했다. 불과 몇 시간 함께 있을 것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손님이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대접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몸의 크기도 우리와 다르고 좋아하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와 아주 달랐으므로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변기 커버의 캐릭터가 티니핑에서 수많은 다른 모양을 거쳐 미니마우스가 되고 슬리퍼의 색과 모양이 바뀌고 또 변하면서 우리 집은 나름대로는 아이들이 편하고 좋아할 만한 환경이 되어갔지만 꼬마 손님들이 정말 좋아해 줄까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는 못했다.

드디어 아이들이 입장하고 난 외계인이 그려진 풍선을 부는 일부터 시작했다. 착한 아이들은 대체로 까르르 웃으며 만족한다는 신호를 보내줬지만 내가 생각한 반응과 100% 일치하지는 않았다. 커다란 풍선보다 작지만 예쁜 풍선을 더 좋아하기도 했고 준비한 장난감보다는 내 침대 위에 원래부터 놓여있던 작은 무드등을 가지고 싶어 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짜장 떡볶이는 관심을 끌기에 실패했지만, 번쩍 안아 들어주는 별것 아닌 장난엔 커다란 환호로 만족감을 표해 주었다. 우리의 준비는 아이들을 만족시키기도 했고 그렇지 못하기도 했지만, “집에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마지막 인사로 종합평가는 합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모부가 조카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은 나에게 있어 익숙하지 않은 다름에 다가가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난 더 친해지기 위해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공감해야만 한다. 우리는 많이 다르기에 다름 앞에 겸손하게 다가가야만 한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가족이 된다는 사실 하나로 우리에겐 그 노력이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늘의 우리는 조금 부족했지만, 함께 살기 위해 더 채우고 노력하고 가까워질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지만 처가의 어른들과도 낯선 다름과 다름이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삶의 가치와 모양이 다른 우리가 모두 불편하지 않게 같이 살 방법은 서로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아이들의 가족인 진짜 이모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듯 우리는 한마을에 사는 진짜 이웃이 되기 위해, 한 나라에 함께 사는 겨레가 되기 위해, 지구를 공유하는 사람과 사람이 되기 위해 다름과 다름이 함께 살아가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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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eon5645@gmail.com'
화이팅
10 months ago

유튜브에서도 인디고에서도 잘보고있습니다! 결혼너무 축하드리고 또 언제나 장애인 인식개선에 나서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댓글잘 안남기는 사람이지만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안승준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