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내 존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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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사람/사진=픽사베이
▲가치 있는 사람/사진=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새로운 장소에 가고 몰랐던 것을 배우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는 것은 그것이 가지는 낯섦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내게 있어 성장의 계기로 작용한다.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곳에서 격조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나 하루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열악한 공간에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 또한 그것대로 내 시야를 넓히고 생각의 크기를 키운다.

내가 가진 익숙함도 나의 삶에 있어 너무도 소중한 가치이지만 그 의미를 다시 한번 깨우쳐 주는 것 또한 새로움의 자극이기도 하다.

나를 만들어낸 것은 8할이 밥과 김치이겠지만 짜장면과 햄버거를 알지 못했다면 내 미각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상태로 유지되었을 것이고 나의 음식 섭취는 원초적으로 생명 유지만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나 쫀득쫀득한 케이크도 내게 있어 그런 자극을 주지만 오랜 여행 뒤 다시 맛보는 김치찌개는 역설적으로 내 익숙함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처음 만난 이에게 설렘을 느꼈던 것은 익숙한 가족과의 다름 때문이었을 것이고 가족의 든든함을 실감하는 것은 또 다른 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느낀 다름 덕분이었다.

세상에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 제각각의 식물이나 동물들, 입에 쓴 음식이나 달콤한 디저트도 그것이 가진 다름만으로도 충분히 존재의 의미가 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살아가는 조금 다른 나의 삶은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들도 나는 천천히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느낀다.

차를 운전하거나 재빠르게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지팡이를 짚으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많은 이들은 그런 것들을 불편이라 여기고 장애라고 단정하지만, 그것은 나의 평범한 일상이고 조금 다른 삶일 뿐이다.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 비해 언제나 나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장미꽃은 코스모스보다 예쁘다고 하는 것이나 커피보다는 사이다가 맛있는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식견 좁은 생각일 뿐이다.

난 나의 삶을 모르는 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여행이 되고 나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에게 책이 된다. 낯섦이 큰 여행지나 이질감이 큰 음식에서 커다란 성장을 이루듯 일반과는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는 내 삶을 나누는 것은 충분히 가치롭다.

불편함을 다름으로, 다름을 새로움으로 알게 되고 지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스스로의 평범한 눈에 깊은 감사를 느끼고 눈이 아닌 다른 기관들의 가능성에 대해 성찰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의 멀쩡한 눈도 팔이나 다리도 삶 전체까지도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죽음을 앞둔 이의 글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를 배우지만 살아있음에 대한 순고한 가치를 함께 깨닫는다. 돈 많은 이에게서 자본의 힘을 간접 체험하기도 하지만 많이 가지지 못한 내 행복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나이 든 이들은 젊은이에게, 어린아이는 또 어른들에게 배우면서 또 서로 배움이 되어 준다. 익숙함은 설렘에, 같음은 다름으로부터, 오래됨은 새로운 것으로 그 존재의 의미를 찾고 의미가 된다.

내 장애는 다르다는 것만으로 온전히 소중하고 내 삶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당신도 분명히 그렇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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