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의 접근성] 모바일 접근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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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
애플리케이션/ⓒPixabay
손학 대표
손학 더인디고 편집위원

[더인디고 = 손학 편집위원] 장애인과 고령자와 같은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을 연구하고 개선하면서 ‘모바일 접근성’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장애인용 애플리케이션?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일이냐?”는 것이다. 모바일 접근성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네이버 같은 포털 서비스, 은행 같은 금융 서비스, 간편결제 같은 결제 서비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등을 접근이 쉽도록 기존 서비스를 향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로 이용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가 그 대상이다.

제도적으로 모바일 접근성을 준수한다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가 KS 국가 표준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의 내용을 준수하며, 장애인, 고령자 등의 사용자 평가를 통과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적인 기준에 부합되는지 문제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접근성 컨설팅’이라고 하고 기준에 부합됨을 확인해 주는 것이 ‘접근성 인증’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기능 제공?

모바일 접근성 준수는 기존에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장애인 또는 고령자를 위한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 접근성의 기본 철학은 ‘보편타당한 설계(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를 기반으로 모든 사용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설계 개발하는 것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글자를 크게 만드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안드로이드, iOS)에서 제공하는 폰트를 사용해서 글자의 크기를 사용자가 형편에 따라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접근성을 준수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능을 구현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콘텐츠를 구조적으로 올바르게 설계하고 개발해서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접근성 보조도구와 호환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체 텍스트나 초점 등을 설계하고 모바일 화면의 콘텐츠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스크린 리더 등으로 호환해 주는 것이다. 많은 분이 기존에 운영 중인 모바일 프로그램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기능들은 이미 운영체제에서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접근성 지원기능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접근성 지원기능/사진=손학

장애인만을 위한 접근성?

제품과 서비스는 가능한 많은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런데도 이용이 어렵거나 불편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부분을 살피고 기술 발전과 함께 개선해 나가면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스라이터는 두 손을 사용해 성냥불을 붙이던 시기에 한쪽 손만 사용할 수 있는 지체장애인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콘텐츠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기능은 스마트 스피커나 차량에 적용되어 시각 기능이 필요하지 않거나 시각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 되었다. 그 외에도 휠체어를 위해 만들어진 경사로는 유모차나 여행용 가방을 동반한 사용자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모바일 접근성의 광의의 개념, 즉 장애나 고령 등 어떠한 취약한 조건이 존재하더라도 접근이 용이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끝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바일 접근성 관련 표준을 준수하고 통상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주요 기능을 장애인과 같은 정보 취약계층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모바일 접근성이나 지침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료된 개발 산출물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진행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에 부담을 가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필자는 모바일 접근성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지만, 가능하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개발사와 운영사가 접근성을 준수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지속하여 컨설팅이 필요 없는 당연한 개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

필자는 늘 “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장애인이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불완전한 동물이며 크고 작은 불편한 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불편한 점은 늘어나게 된다. 누구도 장애와 노화를 피해 갈 수 없다. 정보화시대에는 모바일과 같은 정보의 접근성 부족이 삶의 제약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말은 ‘아직은 내가 가진 보이지 않는 장애가 생활에 크게 불편하지 않다’ 정도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장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 지금, 정보 접근과 편리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되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INDIGO]

[SCE Korea 대표이사] 모바일, 사물인터넷 분야 접근성 컨설턴트로써 UN ITU-T에서 접근성 관련 국제표준개발과 정보 접근성 개선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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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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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so0530@outlook.kr'
doubles2
3 years ago

“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장애인이다”
비전과 열정이 담긴 문장 같아 마음 뜨겁네요

Confideans@gmail.com'
김동하
3 years ago

드라마 스타트업의 눈꽃 서비스가 떠오르네요. 대표님의 열정과 비전에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