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원 집단감염… 코호트 대신 긴급 분산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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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장애인수용시설 신아원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장애인수용시설 신아원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장애계, “중대본 코호트 격리, 치료 정책될 수 없어”
  • 감염자 이송・치료, 비감염자 지원주택 등 분산 조치 요구
  • 서울시와 장애계, 긴급 분산조치엔 합의… 이후 탈시설은 입장차↑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지난 25일 서울시 송파구 소재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신아원) 관계자 3명과 거주인 2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집단감염이 발생 현재 확진자는 모두 60명. 이번에도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어김없이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코호트 격리는 치료 정책이 될 수 없다”며 강력 반발에 나섰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 7개 장애인 단체는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장애인수용시설 신아원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장차연 문애린 대표는 “45개 시설을 관할하는 서울시는 해당 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을 해야 함에도 ‘중대본에서 코호트 격리를 취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밖으로 나와서 치료받고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는 이미 지원주택, 자립주택 등 탈시설 정책을 마련한 만큼 지금 당장, 탈시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장애인은 코로나 이전에도 일상이 재난이었는데, 또 하나의 재난이 닥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 재난을 끝내기 위해 이곳을 사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여성공감 여름 사무국장은 “몇 년간 신아원 거주인들과 탈시설 지원 활동을 통해 만나왔다”면서도 “신아원 운영자와 종사자들은 코로나 유행 이전부터 탈시설 지원 활동에 비협조해 왔는데 코로나 감염을 이유로 만남의 기회마저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안에서 프로그램은 진행되고 캠프도 다녀왔다. 코로나19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국가가 감염병으로부터 누구를 보호하려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도중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천막을 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동시에 시설 거주인 45인의 확진자를 상징하는 45개의 텐트를 치며 지금 당장 시설 문을 열고 사람들을 구조, 분리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1인용 텐트 45개를 시청 앞에 펼쳤다./사진=더인디고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1인용 텐트 45개를 시청 앞에 펼쳤다./사진=더인디고

이날 장애인 단체들은 감염자에 대한 치료 계획수립과 비감염자 전원에 대한 지원주택・자립생활주택・긴급임시거주공간 마련 등 분산 조치, 24시간 개인별 활동지원 등 ▲즉각적이고 임시적 ‘긴급탈시설’ 이행을 요구했다. ▲‘긴급탈시설’ 이행 이후 즉각적인 탈시설 지원 ▲중증장애인 감염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기구 구성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입소 금지 조례 제정도 촉구했다.

서울시가 요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는 사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와 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등은 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과 1시간 넘게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긴급 탈시설’이라는 용어는 법적 근거가 없어 ‘긴급 분산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중대본 허락 없이는 서울시 마음대로 장애인 시설의 거주인을 이동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중대본의 요청으로 44명 중 13명이 고양과 일산 쪽의 병원으로 이미 이동 중이고, 나머지 확진자도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인 데다 밀접 접촉자 28명도 호텔 등으로 긴급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거주인에 대한 분산 배치와 24시간 활동지원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 지원주택과 자립주택 등은 여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중대본에서 시설 거주인의 분산 배치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호텔과 같은 긴급 임시 거주 공간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설로 돌아갈수없다는 문구가 적힌 1인용 텐트/사진=더인디고
시설로 돌아갈수없다는 문구가 적힌 1인용 텐트/사진=더인디고

이어 서울시와 단체 대표자들은 ‘긴급하게 임시적으로 신아원을 모두 비운다’는 점에는 합의했지만, 긴급탈시설 이후 즉각 탈시설 요구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탈시설에 미온적인 서울시는 “2주간 자가격리 동안 비우고, 문제가 없으면 돌아간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밖에도 현재 구성되어 있는 탈시설민관협의체에서 ‘긴급탈시설’ 이행과 중증장애인감염 대책 마련 안건 등을 다루기로 했다. 또 서울시는 장애인거주시설 분산 배치 문제를 중대본에 확인하고 코호트 격리의 적절성 문제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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