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 탈시설 역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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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거주시설. 창문 쪽으로 침대와 휠체어 각 2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더인디고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창문 쪽으로 침대와 휠체어 각 2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더인디고
  • 퇴소 전 의료진 등 자립역량 상담 먼저!
  • 우선 자립’ ‘단계적 자립’ ‘시설 거주’ 3단계 구분
  • IL활동가 자기결정권 역행하는 시설강화 정책비판

[더인디고] 앞으로 서울 시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자립을 희망한다고 해서 바로 지원주택에 입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의료진이 건강 상태 등 자립역량을 면밀하게 상담한 후 ‘자립체험 기간’을 통해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6일, 자립역량 점검부터 퇴소 후 지원까지 아우르는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을 마련,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성공적인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자립역량’이라는 이름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시가 밝힌 개선안에는 ▲의료인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퇴소 전 자립역량 상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립지원위원회 퇴소 검토 ▲퇴소 후 정기적인 모니터링 지원 등 신설·보완된 절차가 담겼다.

기존에는 시설 거주 장애인이 자립을 희망하면 퇴소위원회에서 여부를 결정, 지원주택 입주를 돕는 절차로만 진행됐다.

자립역량 조사 후 3단계로 구분퇴소 후 부적응시 재입소

시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퇴소 후에 적응 및 생활이 이뤄지는 과정 등을 면밀히 살피고 지원하기에 어려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올해 시내 39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1900명의 자립역량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이 시설 퇴소 결정 전 진행되는 ‘자립역량 조사’가 시행된다. 의료진 등 전문가 상담과 대면 심층조사를 통해 신체·정신적 건강 상태와 의사소통·일상생활 수행 정도 등을 고려해 ▲우선 자립 ▲단계적 자립 ▲시설 거주 등 3가지로 구분해 지원한다.

‘우선 자립’이 가능하다 판단되면 자립지원 계획 수립 후 자립 지원 절차에 들어간다. ‘단계적 자립’은 5년간 자립 연습 기간을 갖고 준비, 퇴소한 뒤에도 체험홈 등을 통해 자립생활을 충분히 경험한 후 지원주택·민간임대주택 등 정착을 도움받게 된다.

이어 자립역량 상담 후에는 사회에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자립지원위원회’를 연다. 기존에 시설 관계자만 참여했던 퇴소위원회가 아닌 의료인·재활상담가·자립지원기관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퇴소 및 자립지원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퇴소 및 자립지원 절차 시스템. 자료=서울시
▲퇴소 및 자립지원 절차 시스템. 자료=서울시

자립생활을 천천히 익힌 후 지원주택에 정착할 수 있도록 퇴소 절차를 밟는 동안, 충분한 체험 기간을 부여하고 퇴소 후에도 지역사회 정착에 불편이나 어려움이 없는지도 지속 모니터링을 한다. 또한 자립 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자립역량 재심사 절차를 통해 필요시 시설 재입소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절차 개선에 앞서 지난해 8~12월, 거주시설 퇴소장애인 700명(응답 487명)의 ‘자립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1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개선 없이도 삶의 만족도는 높은 점수다.

시는 이에 대해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는 비교적 높지만. 심층사례 조사 결과 기저질환이나 병력이 있는 중증 고위험군의 건강 문제, 지역사회로부터의 고립감 등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건강 상태 확인을 포함한 자립역량 조사, 자립체험 기회 등 절차를 추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탈시설 후 주 돌봄자가 부모인 경우, 자립생활을 이어가기에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돌봄 공백 우려 등 이유로 시설 재입소를 희망했다”며, “퇴소 후 지병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강이 악화하는 사례도 있었던 만큼 절차 개선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자립생활 활동가들, 탈시설 운동·장애인단체 배제 의구심

하지만 김태현 장애인사회연구소 정책위원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존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과 UN장애인권리협약이 강조하는 ‘자기결정권’ 및 ‘개인의 이동(제20조)’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내용 측면에서도 어떤 전문가가 자립지원위원회에 포함되는지 명확하지도 않고, 의료진 역시 지역사회에서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되는 것이지 자립역량을 조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기존의 ‘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이나 ‘동료상담’ 등은 배제하고, 기존 복지시설과 결탁한 시설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의 또 다른 자립생활센터 활동가도 “시설 퇴소 후 자립생활 과정에서 충분히 의료, 고용 등 지역사회 서비스를 지원하면 되는 문제를, 의료진 등 전문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자기결정권과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며, “서울시가 자립역량이라는 희한한 심사 절차 등을 만들어 오히려 일부 장애인단체 등을 배제하면서 동시에 탈시설 운동을 후퇴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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