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e] ‘혐오’의 백신은 연대와 공존!

1
241
ⓒPixabay
  • UN CRPD와 사회이슈 ②_제8조 인식개선
  • 혐오와 차별이라는 바이러스를 치유할 백신은 아직 없다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용어나 취하는 행동들에 혐오와 비하의 의미가 감춰져 있거나 혹은 이를 조장하는 표현이 얼마나 많았는지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상황만 봐도 그렇다. ‘우한폐렴’이라는 병명,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국민청원, 중국인과 동양인 모두를 바이러스로 보고 배척하는 행태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과 함께 특정 국적이나 지역, 종교 단체 등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가 우리사회에 퍼지고 있다.

“이것은 혐오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중국인의 입국과, 제주도 예멘 난민 인정,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을 반대한 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누군가의 존재를 배척하는 이유는 전염병에 대한, 난민의 범죄 가능성에 대한, 얼마 전까지 남자였던 여성과 지내면서 느낄 불편함과 불안감에 대한 두려움이지, 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혐오의 기반은 두려움’이기도 하며, 설사 항상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두려움이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특정 속성을 지녔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나 문제의 원인으로 치부하고 사회로부터 배제하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낙인이다.

장애인도 아주 오랜 시간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제8조(인식제고)에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및 유해한 관행을 근절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혐오를 유발하는 대중의 인식 개선을 규정하는, 혐오와 직접 관련 있는 조항이다.

세계적으로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는 매우 심각함에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나, 쟁점목록(List of Issue)에서는 ‘혐오표현(hate speech)’이나, ‘혐오범죄(hate crime)’가 적극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서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보고하고 있다. 2019년 심의를 받은 당사국의 대안보고서에는 ‘혐오표현’, ‘혐오범죄’가 자주 언급된다. 제8조(인식개선)뿐 아니라 제14조(신체의 자유 및 안전), 제15조(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 제16조(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 등에서 다루는데, 이는 혐오가 단순히 감정이나 인식을 넘어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혐오범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장애인에 대한 경찰권의 과잉 수사(캐나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칼부림 사건(일본)이 보고되었고, 제6조(장애여성)이나 제7조(장애아동)를 통해 장애여성(스위스)이나 장애아동(이라크)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혐오 범죄가 보고되었다. 거시적으로는 장애혐오범죄 예방을 위한 당사국들의 효과적인 법적 구제제도가 없거나, 인식개선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범죄가 혐오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경우 이를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등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권고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CRPD위원회가 발표한 최종견해 중 ‘혐오표현’과 ‘혐오범죄’가 분명히 언급된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2019년 위원회는 최종견해를 통해 노르웨이 정부가 2016년-2020년 ‘혐오표현 대응전략’을 국가차원에서 시행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노르웨이 시민사회에서 제출한 민간보고서에서는 국가대응전략에도 불구하고, 혐오범죄를 인정하는 케이스가 극히 드물고, 혐오범죄로 인정되었다고 해도 수사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등 충분히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구성하고, 혐오표현 리포트를 발표하는 등 혐오표현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의 이러한 대응은 SNS 등 디지털 공간에서 난무하는 혐오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코로나19가 아닌 차별과 배제를 양산하는 혐오라는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장애인 등 소수자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혐오와 차별이라는 바이러스를 치유할 마땅한 백신은 아직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우리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연대와 공존이라는, 더 넓은 가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막연한 희망만이 유일한 치료제라는 것일 뿐. 누구나 소수자가 된다.

누군가를 소수자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비하하는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로 하여금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일까? [더인디고 The Indigo]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2014년부터 장애청년 해외연수 운영, UNCRPD NGO 연대 간사 등을 하면서 장애분야 국제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롭게 글도 쓰며 국제 인권활동가로 살고 싶다.
승인
알림
662bef6d61b4b@example.com'

1 Commen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cheorum@kakao.com'
꽃보다더예쁜당신
4 years ago

혐오라는 바이러스를 치유하는 백신은 공존과 연대라는 필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조항들을 혐오와 배제의 차별 현상에 대응해 설명해줘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 배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