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⑤] 장애인 정치세력화, 처음부터 새 판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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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인디고
  • 정치세력화는 ‘제도권 진입과 유권자 세력화 및 대중 운동 확장의 총체적 과정’
  • 21대 장애인 당선자, 차별에 분노하며 당 안팎에서 세력화 뿌리 내려야
  • 정치세력화는 장애인 국회의원의 역할만큼 장애계 또한 그 이상의 전략적 접근 중요

1%…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 비율이다. 20대 국회에서 멈춰버린 의회 진출이 이번 총선에서 세 명이 당선됨으로써 ‘장애인 정치세력화’ 논의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장애인정치세력화가 다시 시작되었다고 하고, 혹자는 대표성과 준비 없는 국회 진출이 진정한 정치세력화로 볼 수 있느냐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비쳤다.

그동안 장애인 정치세력화의 개념과 구체적 상(像)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15대 국회에서 시작된 장애인 비례대표를 기준으로 볼 때, 25년 동안 장애인정치세력화 논의만 있었지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이 없었다. 역대 9명의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들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21대 당선인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도 높다. 반면 여성, 노동 분야와 달리 장애계 내부적으로는 무엇을 했는지, 오히려 장애인들의 요구 등을 수렴하고 전달해야 할 단체가 분파적 행동뿐 아니라 회원 등 구성원보다는 의사결정권자들의 의견 중심에 치우친 행동은 없는지에 대한 자성론을 먼저 내세우는 이도 있다.

지난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장애인정치세력화의 의미와 21대 총선 평가,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상징적 역할을 넘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지, 향후 장애인의 제도권 진출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는 코로나19 속 ‘21대 총선을 통해 바라본 장애인 정치세력화의 의미와 과제’로 장애계 최초 무관중 라이브 생중계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박혜경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문상필 前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위원장, 한지호 前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좌장은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이 맡았다.

시작에 앞서 토론회를 주최한 장총련의 이용석 정책실장은 “각 당에서 장애인위원회를 이끌어왔지만 외부 영입인사에 의해 또는 당선 안정권 순번을 배정받지 못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분들을 토론자로 모셨다.”며 “이 분들은 누구보다도 장애인 정치세력화와 이번 총선 과정 등을 잘 알기 때문이다.”고 초청 배경을 설명했다.

장애인 정치세력화는 총체적 과정… ‘선전도구오해 불식시키려면 차별에 분노해야

▲ 이동석 교수/ⓒ더인디고

발제에 나선 이동석 교수는 장애인 정치세력화의 개념부터 다시 짚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장애인 정치세력화는 장애인이 장애인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조직형성과 권력소유(의회 진출 등) 및 제도권 안팎에서의 영향력을 증진시키는 총체적 과정이다. 즉 ▲의회 등 정치기구 진입과 ▲국회 혹은 당 안팎에서의 영향력뿐 아니라 장애인 유권자 세력화, 이어 ▲장애운동의 대중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정의하고, 나아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21대 선거를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의회진입’ 측면에서 “20대 국회에 비해 양적 성과는 있었지만 군소정당의 경우 위성정당의 출현과 애초 당선 안정권 번호를 부여받지 못했다.”며 “특히 진보적 정당 등에서 장애인 정치세력화가 좌절되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운을 뗐다.

장애인 유권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해서는 “통상 공약이 선거 의제로 형성되어야 하는데 활동지원제도개선, 이동권 보장, 중증장애인고용확대 등 각 당의 장애인 정책 공약이 상당히 비슷했다.”고 평가하며 “비례대표 선출방식 개선으로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당선인 모두 장애인 정책개발과 장애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힘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낙제점을 매겼다.

예를 들어 “장애인 비하발언이나 군가산점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을 통해 이슈를 선점하며 장애인 유권자 세력화를 도모했어야 했다.”며 “세 명의 당선인을 포함한 각 당 장애인위원회 전 현직 위원장들의 책임이 크다.”고 날을 세웠다.

▲‘장애 운동의 대중화 측면에서는 “장애인의 정치의식 고취하며 장애운동을 대중화해야 정치세력화가 가능해짐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와 단체들 모두 그러지 못했다.”며 “오히려 후보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속한 단체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장애 운동의 대중화보다는 이익집단의 형태를 보여주었다.”고 후보자와 장애인단체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당선자들은 앞으로 당이나 국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또 “그 자리는 정당이 아닌 장애 대중이 뽑은 것으로 인식할 것과 단체나 소속 당의 눈치가 보여 차별에 분노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성인지적 정책과 장애인의 주체적 정치 참여의 폭을 넓히는 데 책임져야

첫 토론자로 나선 박혜경 상임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당선인을 포함한 후보자 모두 소속 당 공약만 이야기했지 당사자로서 장애와 성별 등에 따른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쓴 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제 세 명의 장애인 의원이 의회에 진출한 만큼, 책임지고 장애인 대중들의 정치 참여의 폭을 넓히고, 그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과 “통합적이고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된 차별화된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왼쪽부터 박혜경 상임대표, 문상필 전 위원장, 한지호 위원장,박종균 위원장/ⓒ 더인디고

정치세력화의 주도는 장애계적극적 개입과 인재양성 없이는 불가능

문상필 전 위원장은 이 교수의 정치세력화의 의미에 동의하면서도 “국회 이외에도 지방정부와 의회에 관심을 갖고 진출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통한 인재 양성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당민주주의에서는 공약 등을 통한 유권자 세력화보다는 정책 수요 파악과 당원 의견 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반박하며,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장애인 후보와 정책을 만들기 위한 장애계의 의식화와 조직화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장애계가 정당 내 후보 선정이나 정책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할당 요구 등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키워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장애인 중 상품 뽑히듯이 의회로 진출하다 보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고 장애계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가 필요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당선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원 구성되기 전에 이행책임 협약을 맺을 것”과 “이후에도 매년 장애인 의원을 포함한 의정평가를 장애계가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체들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지양해야회원과 대표간의 의견 다를 수도

한지호 전 위원장도 “차기 선거에서 또 장애인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비례대표 배출을 위한 장애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 전 위원장은 “당원 가입 등 적극적 정당 활동과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투표를 통한 유권자로서의 영향력 행사뿐 아니라 단체들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며 “과연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리더들의 독단이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토론회를 주관하는 장총련이나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등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에 따라 침묵과 비판을 일삼았다.”고 일침을 가하며 “장애단체들의 의견이 갈릴수록 결국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장애인 정책에 신박한 것이 있겠는가?”라고 되물으며 ”결국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이슈들이 공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장애계와 치우침 없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당 내 장애인 정치세력화도 중요 당사자주의를 넘어선 장애정치인양성해야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박종균 위원장은 “발제자가 제시한 3가지 영역 이외 각 정당 내 장애인의 집단적인 정치세력화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이는 지금까지 장애인의 의회 진출을 주도한 것은 장애인단체가 아닌 정당이었던 만큼 정당 내 장애인 정치세력화가 더 시급한 과제다.”고 강조했다. 즉 정당 내에서 비례대표 후보와 순위 또는 지역구후보 결정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장애인의 정치참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이찬우 사무총장/ⓒ 더인디고

그러면서 “입법, 사법, 행정부 등 모든 정치영역에서의 확대 참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장애정치인’, 즉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전문가, 활동가를 포함하는 직업 정치인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감수성 있는 정치인과의 연대 ▲‘장애정치포럼’ 구성을 통한 항시 선거준비와 후보 발굴 ▲정당가입을 통한 정당 활동 및 당내 권력 쟁취 등을 위한 노력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찬우 사무총장은 “장애인 정치세력화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충분히 논의되었다.”며 “장애계가 다시 장애인 정치아카데미 운영 등 중장기적 전략과 구체적 실천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장애인 당선자들을 향해서는 “250만 장애인의 대표임을 잊지 말고 개인 욕망보다 장애인 전체의 뜻을 잘 헤아리길 바란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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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b2acdbfeb0@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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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0120@naver.com'
김대표
3 years ago

탈당한사람에게 전 당직을 타이틀로 적는것은 잘못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