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e] 학대, 폭력으로부터 장애인의 안전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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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 CRPD와 사회이슈 ④ 장애인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가 없으면 사후조치에 불과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얼마 전 한 장애청년이 친모와 활동지원사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장애인을 지원하는 주체인 친모와 활동지원사가 저지른 것이어서 특히 사회적 충격이 컸다. 이렇듯 장애인 학대는 드러나지 않을 뿐 면연한 상황이다. 2018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한 해 동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사건은 신고 된 것만 3,658건이었다. 이 중 약 50%가 학대의심사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하루 5명 이상의 장애인이 학대를 당하거나, 학대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제14조(신체의 자유 및 안전), 제15조(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 제16조(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 제17조(개인의 완전함 보호)를 통해 장애인이 자유와 안전을 침해당해서는 안 되며 당사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천명하고 있다.

언뜻 유사해 보이는 각 내용들이 조항마다 별도로 다뤄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14조는 장애를 이유로 국가나 공권력에 의해 강제입원·구금되는 내용이 주로 다뤄지고, 제15조는 거주·이용·구금시설이나 정신병원 등에서의 강제치료, 비인간적인 치료와 처벌 등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제16조에서는 시설이나 가정에서의 학대, 노동력 착취의 사례가, 제17조에서는 강제 불임술에 대한 이슈나, 장애인의 성별이나 존엄성 무시 등의 내용이 담긴다.

2011년 처음 제출했던 우리나라 제1차 국가보고서와 이후의 최종견해, 민간보고서 등 심의 과정에서 다뤄지는 이슈 또한 각 조항별 내용에 따라 구분해 다뤄졌다. 우리나라는 2014년 CRPD 국가 심의 과정에서 제16조와 관련해, 한 염전에서 발생했던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을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 당시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주요 조치 중 하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가 5월 26일 국회 앞에서 장애청년 학대 폭력 사망 사건에 대한 법적 처벌과 정부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김소영

미국의 Protection and Advocacy 제도(대형 시설에서의 학대사건 이후 발달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미국 전역에 걸쳐 P&A 기관을 설치했고,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학대사건 조사, 학대피해자 보호, 법률지원, 학대예방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를 참고하여 설치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전국에 권역별로 설치되어 장애인 학대 사건 접수, 조사, 사례관리, 연구, 실태조사 등을 망라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한 운영이나 인력 활용의 한계, 조사 권한에 대한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처음으로 장애인 학대의 현황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자료를 발표하는 등 장애인 학대와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떼었음에는 틀림없다.

한편 최근 민간보고서를 제출한 호주는 제16조와 관련하여 2019년 4월, 장애인 학대, 폭력, 착취, 방임 사건 특별조사위원회(The Royal Commission into Violence, Abuse, Exploitation and Neglect of People with Disability)가 설립되었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해 청문회 개최, 증인 출석 요청, 증거 수집 등의 강력한 권한으로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한다. 장애인 학대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원회 위원의 자격이나 실질적인 피해자 보상 체계가 운영 조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장애인의 안전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는 강력한 법률적 권리의 강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서 소개한 관련 기관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인력과 예산을 투자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강력한 입법과 피해 장애인에게는 장기적인 후속조치를 통한 자립 지원 등의 정책적 조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후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 국가에서 시설 및 가정 학대를 모니터링하고, 장애인과 일반 대중을 포함한 관련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 활동 없이 이뤄지는 각종 조치들은 늑장대응에 불과하다. 지난 12월, 친모와 활동지원사에 의해 희생당한 장애청년의 존엄성과 권리를 위해 우리는 지금,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자료
2018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서 – 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국제장애인권리 및 입법의 발달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심층적 논의와 분석 – 김형식 외
미국장애인권리옹호시스템 – 보건복지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만연한 장애인학대, 강력한 권익옹호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토론문 – 이용석
Disability Rights Now 2019 Australian Civil Society Shadow Report to the UN CRPD Committee: UN CRPD Review 2019 – Disabled People’s Organizations Australia 외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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