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보통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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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어릴 적 기억에 남아있는 어떤 대통령 할아버지는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를 즐겼다. 그런데 어린 내가 생각하기에도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보통과는 차이가 있었고 그 분의 차림이나 모습들 또한 그런 단어와는 너무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조금 더 자라면서 들었던 생각은 저런 사람이 보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다.

짜장면 좋아하던 내게 있어서 큰 그릇에 담긴 곱빼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덩치 큰 어른들의 모습은 보통 한 그릇을 겨우 먹던 나의 모습과 대비되어 훌륭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얼른 나도 자라서 보통을 넘어서는 곱빼기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곱빼기 두 그릇도 거뜬할 것 같은 지금도 난 보통이 뭔지를 고민하는 평범한 범주의 인간이다.

여전히 짜장면 보통과 더 어울리는 우리 어머니보다 내가 두 배만큼 대단하지도 않거니와 몸집이 두 배만큼 큰 것도 아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설문지 5지선다의 보통 칸에 기입을 할 때도 우리의 생각이 보통이라는 기준에 적합한지를 특별히 고민했던 것은 아니고 삼겹살 1인분에 적당히 배불렀던 어느 날 나의 상태가 대한민국 표준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보통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짜장면 보통이나 삼겹살 1인분도 음식 파시는 사장님의 이윤을 적당히 남기기에 최적화된 정해진 기준이었을 것이고 설문지의 보통 칸도 5번 쪽인지 1번 쪽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도피처였을지 모른다.

의류매장에 표준사이즈 옷들이 내 몸에 맞지 않는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고 5년에 한 번씩 발표된다는 대한민국 표준들과 나의 연봉이 조금 차이가 난다고 해서 크게 불편해하거나 으스댈 이유도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형체나 근거조차 분명하지 않은 보통이라는 기준으로 기뻐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앞에서는 스스로를 정상인이라고 오만하게 소개하며 본능적으로 비장애인들이 속한 집단을 보통 집단으로 선을 긋는다.

자존심 내세울 때는 “나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평균 이상이지”라고 뻗대다가도 재난지원금이라도 준다고 하면 갑자기 스스로를 보통 이하의 범주로 설득하기 위한 자기합리화를 연구하기도 한다.

이성에게 바라는 아름다운 체형의 기준은 너무도 가혹하지만 스스로를 위안하는 기준은 그 수치가 너무도 관대하다. 그렇지만 어느 쪽을 이야기 할 때도 그것을 보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보통에 특별히 연연해 할 필요도 없고 그것은 절대적 기준도 아니다.

그냥 짜장면 보통 한 그릇이나 삼겹살 1인분처럼 누군가의 의도에 맞게 정해진 목적이 담긴 설계일 뿐인 것이다.

전혀 보통 사람 같지 않던 어느 대통령 할아버지처럼 “내가 보통 사람입니다”라고 굳이 우길 필요도 없고 체중계를 누르는 압력이 남들보다 조금 과한 사람이라고 자책하면서 정도 넘는 다이어트를 할 필요도 없다.

난 그냥 여전히 나이고 내가 존재하는 의미는 어떤 기준에 적합하다거나 그것을 넘어서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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