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이문희 논설위원] 우리나라에 등록한 장애인 수가 최근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고 있지만 259만명 정도가 되고, 장애를 가진 가구는 전체가구의 15.6%로 6.4가구당 1가구에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적지 않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고,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서 ‘장애’ 또는 ‘장애인’이란 단어를 종종 듣게 된다.
그만큼 장애와 관련된 보도자료가 이전보다 많이 배포되고 있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사고들의 빈도가 이전보다 많이 사회이슈화가 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귀가 쫑긋해지는 이유는 장애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표현들이 여전히 사용되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장애를 앓고 있는’이란 표현이다. 아마 이를 보도한 기자가 장애를 질병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사용한 표현일 것이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면 나는 외출을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엘리베이터가 수리되어 운행을 하면 외출이 자유로워진다. 나란 존재는 변함없는 상태로 그대로 있는데 엘리베이터 운행여부로 나의 외출이 결정된다.
내가 장애를 가진 것인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는 아파트 건물이 장애를 가진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도대체 장애란 무엇이기에 장애를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것일까?
장애의 원인으로 빈곤과 영양실조, 전쟁, 원자력 사고, 건강관리 이용의 어려움, 질병, 약과 주사, 위험한 작업조건, 사고, 독성물질과 제초제, 유전적 요인, 노화 등 다양하게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의 원인들이 파악되었다고 해서 장애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란 시대와 지역, 문화에 따라 생명체처럼 늘 변하기 때문이다. WHO가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장애개념은 있을지라도 UN의 회원국 간에 합의된 정의는 없는 상태이다.
지금까지 WHO는 장애개념을 주도적으로 발표해왔다.
최초의 발표는 1952년 WHO에서 ICD(국제질병분류)를 발표하면서 이루어졌다. ‘장애’를 질병으로 제시한 것이다. 질병이란 ‘의학적으로 비정상이고 사회적으로 일탈한 것’으로 규정되는 것인데, 당시 기준으로 보면 신체나 정신에 손상을 가진 사람을 병자로 취급한 것이다. 졸지 간에 ‘의학적 비정상인’이자 ‘사회적 일탈자’로 부정적 의미가 강한 존재로 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런 부정적인 역할이 강조가 되는 정의는 1960년대부터 국제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심각한 비판을 받게 된다. 특히 사회가 요구하는 ‘환자’의 역할로는 장애로 인한 문제해결은 불가능한 한계를 갖게 된다. 장애가 질병이라면 나는 애진 작에 치료되어 장애로부터 해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애로부터 점점 더 옭아매져 가고 있다.
이러한 질병모델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웬걸 우리 수많은 언론들은 1950년대에나 사용해야 했을 ‘장애를 앓고 있는’이란 표현을 여전히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언론의 특성은 사회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면 언론의 장애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부정적인 존재이고, 의존적인 존재, 일탈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벗겨내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