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발달장애인 간 진실공방, 인권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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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인디고
  • 발달장애인이 사무실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고용해고’ 불러
  • 센터와 군청이 휴대폰 압수와 감금 그리고 각서까지 쓰게 한 것은 정당한가?
  • 센터 측, “피해자는 오히려 우리, 인권위 판단까지 기다리겠다”

[더인디고 조성민]
지난 5월 15일, 충북 음성군에서 발달장애인 A씨가 성희롱 가해자로 몰려 각서까지 쓰고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와 그의 어머니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진실을 가려줄 것을 지역 내 장애인 단체에 호소한 데 이어,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이하 음성군장애인센터)를 대상으로 6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반면 음성군장애인센터와 직원 B씨는 “피해자는 오히려 자신들이다. 모든 것을 인권위 판단에 맡기고 기다리겠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로 주장하는 측이 다름 아닌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설립된 곳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음성군 장애인고용센터 추천으로 A씨가 음성군청 일자리사업에 참여하였고 지난 2020년 1월 음성군장애인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그 해 3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자신의 모습을 어머니에게 자랑하고자 사진을 찍었다가 같이 근무하는 직원의 신체 일부분이 함께 촬영되어 성희롱 범으로 몰렸다. B씨에 의해 사진은 그 자리에서 삭제되었고, 이후 음성군청의 중재로 일단락되었으나 5월에 다시 사건이 불거졌다. 사진에 찍혔던 직원 B씨는 A씨에게 아직 사진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복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사진이 있다”라고 답했다. (A씨에 의하면) 음성군장애인센터는 공익요원으로 하여금 A씨의 휴대폰을 압수한데 이어 퇴근 시간이 넘도록 감시했다.

이후 음성군청 담당자가 저녁 7시 20분 경 A씨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고, 어머니가 음성군장애인센터에 도착한 때는 저녁 8시경. 적어도 퇴근시간 이후 2시간 동안은 센터 관계자들에 의해 A씨가 상담실에 감금(센터측은 ‘보호’)되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A씨와 어머니는 음성군장애인센터장을 비롯해 직원과 음성군청, 공익요원 등 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서를 쓰고 난 후에야 휴대폰을 돌려받았고, 결국 3일 뒤인 5월 18일, A씨는 해당 센터에 사직서까지 제출하게 되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각서는 A씨와 그의 어머니가 쓴 것까지 2장이다.
A씨가 쓴 각서는 오탈자 등이 있어 문장을 재정리해보면 ‘회사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 직원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어디에서 만나도 아는 척 안 하겠습니다.’고 쓰고 지장을 찍었다.
A씨 어머니 또한 ‘1. 장애인 기족센터에 오지 않겠습니다. 2. 회사에 와서 언어폭력이나 기관에 와서 위협이 있을 때는 어머니께서 책임 진다’고 적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불거진 것은 한 달 뒤인 6월 15일, 모 언론사 보도와 함께 지역 내 장애인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부터다.

취재 결과 우선 3월에 찍은 사진 속 내용이 성희롱범으로 몰 수 있느냐에 대한 진위여부다. 또 두 달 지난 5월에 다시 내용을 들춰내는 과정에서 A씨의 휴대폰을 빼앗고, 최소한 2시간 동안 감금까지 해야 할 권한이 음성군장애인센터와 군청에 없다는 점이다. 정작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지원하고 옹호해야 할 음성군장애인센터와 음성군청이 무책임하고 반인권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닌지 비판을 면할 수 없는 행위다.

각서 작성을 누가 주도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다.
누가 시켰든 간에 저녁 늦은 시간 센터와 군청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씨와 75세 어머니가 각서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어머니의 각서 내용을 보면 작성 주체가 ‘나 혹은 본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물며 A씨 측 주장과 각서에서의 표현을 유추해보면 센터 또는 군청 직원이 별도의 상담이나 절차 없이 각서를 쓰도록 시킨 데다 내용까지 불러줬고, 그 결과 A씨가 일을 못하게 되었다면 ‘강요죄’와 ‘부당해고’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상황을 알기 위해 본지가 음성군장애인센터장과 전화통화를 한 결과 “A씨 측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B씨의 특정 부위를 촬영한 만큼 우리가 피해자다. 가둔 게 아니라 어머니가 올 때까지 보호했을 뿐이고 각서도 어머니가 알아서 쓴 것이다.”고 부인했다. 이어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고용하면서 근로지원인 제도는 왜 활용하지 않았는지, 휴대폰 압수와 보호(센터장 표현)뿐 아니라 어머니가 알아서 각서를 썼더라도 당시 절차와 대응 등이 정당한 것인지, 또 앞으로 장애인을 지원하는 센터로서 발달장애인 고용 등에 대한 센터장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연결이 어려웠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가 2일 음성군청 앞에서 중증지적장애인 부당해고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양 측 관계자들을 취재하는 동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 충주시장애인인권연대 등이 음성군청 앞에서 ‘음성군청과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해당 발달장애인 직원과 부모에게 즉각 사과와 철저한 진장조사 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자연은 기자회견에 이어 지역 단체들과 함께 음성군 부군수와 3시간에 걸친 면담을 갖고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9일 다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자연 관계자는 “음성군장애인센터장은 발달장애인 부모이자 가족이면서, 발달장애인의 장애로 인한 기질적 특성 혹은 도전적 행동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음에도 장애인 직원과 그의 부모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는 센터에서 ‘장애인이 센터를 위협할 시 장애인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이다.”며 “이를 관망한 음성군청 또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도 “장애인을 지원하고자 설립한 센터에서 게다가 군 예산까지 지원을 받는 곳에서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졌어야 하고, B씨 또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 될 일이지, 무슨 권한으로 휴대폰을 빼앗고, 감금에 각서까지 쓰는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과연 이 사건이 인권위 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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