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4)장애를 갖고 있는 것은 과연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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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이문희 편집위원] 손상, 행위 무능력 그리고 사회적 불리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라는 장애개념이라는 WHO의 ICIDH가 비판을 받자 결국 WHO는 ICIDH-2를 거쳐 2001년 ICF (기능ㆍ장애ㆍ건강에 관한 국제 분류)를 발표하였다.

이문희 편집위원

ICF는 사람과 그 사람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로 초래된 다차원적 현상을 나타내기 위해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ICF는 사람에 대한 분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인의 생활상황과 환경적 영향의 배경 내에서 사람들의 건강특성을 분류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기 손상으로 호흡기의 기능이 제약되면 활동이 제약당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참여도 제약 당하게 된다. 이 때 각각의 기능은 호흡기 손상이라는 건강 상태와 대기 오염이라는 환경 요인, 환자의 개인 요인들의 연관된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WHO는 ICF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분류와 평가가 장애가 있는 사람의 권리의 박탈이나 차별이 아닌, 권리의 강화에 이바지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 요인을 강조한 접근방식 덕분에 ICF는 장애인정책의 활용성이 높아졌다. 건강관리 시스템, 사회보장제도, 직업재활 및 고용촉진정책, 기본권 보장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측정방법과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장애인건강분야 등에서 ICF를 활용한 기준 마련 등에 관한 연구 등이 점차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ICF가 지금까지 WHO에서 발표한 장애개념 중 가장 환경요인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의료적 측면의 개인 손상이 한축을 이루는 개념이고 개인 요인은 개인과 관련된 사회적・문화적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ICF에서는 분류하지 않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WHO에서 추후에 발표할 장애개념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고려된 개념이 발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장애정의는 어떤가?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복지법 2조 1항에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명시되었다. 이러한 장애 정의는 그나마 1980년 WHO가 발표한 ICIDH와 유사하다. 그러나 2조 2항에서는 1952년 WHO에서 발표한 ICD로 장애를 분류하고 장애정도를 매기고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장애인정책에 의한 서비스를 받기 위한 행정적 기준으로 ‘의학적 상태’만이 고려된다는 것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못해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게 「장애인복지법」이 의료적 장애모델을 언급하고 있음을 우려하였고, 「장애인복지법」을 검토하고, 동 법이 협약에서 주장하는 장애에 대한 인권적 접근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인권적 장애정의가 법률로 명시되어야 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가 제시한 정의는 “장애”란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 등의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를 말하며, “장애인”이란 이런 장애를 겪는 사람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장애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환경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입법공청회가 개최된 바 있다. 마지막 남은 회기 중에 이 법률이 제정되어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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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kmo72@gmail.com'
leevom
4 years ago

정의라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정확한 정의가 내려져야 인식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