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산정특례? 3년 시한부 장애인들 죽기 각오로 투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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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목에 밧줄을 걸고 3년 시한부임을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6일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목에 밧줄을 걸고 3년 시한부임을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더인디고
  • 활동지원 종합조사로 5명 중 1명은 3년 산정특례, 사실상 시한부 선고
  • 장애계, “복지부 근본 대책 마련해야”, 밧줄 매기 투쟁 선포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잘 때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게 해달라”

장애등급제 폐지가 되면서 활동지원 산정 방식이 변경되어 기존보다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이 “3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목에 밧줄을 맨 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6월 18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복지 사업안내 지침’을 게시하였고 해당 지침에 따라 2019년 7월부터 ‘일상생활지원 분야’에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를 도입했다.

활동지원급여의 산정 방식이 기존의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변경되면서 19.52%의 급여 하락자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삭감되면 일상생활에 큰 혼란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 급여 하락자에게 최초 1회, 3년에 한하여 인정조사 당시의 급여를 보전하는 산정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현재 산정특례 대상자인 장애인들의 활동지원급여가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뒤에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산정특례 기간이 종료된 뒤 급여 하락자에 대한 구제 방안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개인별로 이의 제기를 통해 구제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6일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 대책 마련할 것과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6일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 대책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사진=더인디고

전장연은 “지금도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 이용 시간을 더 삭감한다는 것은 장애인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다.”며 “약 2년에서 3년 뒤에 활동지원급여 하락을 앞둔 장애인은 그야말로 교수형의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복지부가 종합조사를 도입하면서 최중증장애인은 하루 최대 16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종합조사 도구를 사용해 18,176명의 신청자를 조사한 결과 하루 16시간 활동지원(월 480시간; 1구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구간이 떨어지면 종합조사에서 받았던 시간이 아닌 인정조사에서 받았던 시간을 3년 동안 산정특례로 유지해 준다는데, 그럼 3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의 대책이 없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언어장애인 홍성훈 씨는 “기존에 지원하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에서 150시간을 삭감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제 존재 방식을 부정하겠다는 선언이다. 기껏 내놓은 방책이 앞으로 3년간은 기존에 받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보전해 주겠다고 한다.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장애인 당사자가 3년이 지나면 혼자 하지 못하는 일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3년 후에는 하루 5시간을 지운 채 그냥 살아가라는 말이냐.”며 “정책 결정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좌) 활동지원시간 150시간이 삭감된 언어장애인 홍성훈 씨, (우) 70시간이 삭감된 근육장애인 김진우 씨/사진=더인디고

또 다른 산정특례 급여보전 당사자인 근육장애인 김진우 씨는 “431시간에서 360시간으로 70시간이 하락했다. 지금 호흡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1등급이었는데 종합조사로 하면 5구간이 된다. 이의 신청을 했었는데 답은 마찬가지다.”며 “잘 때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세종대왕 앞으로 장소를 옮겨 장애인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교수형처럼 밧줄을 목에 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앞서 종합조사 도입과 함께, 종합조사의 문제점 및 제도 개선사항에 대한 장애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1차 고시위원회의 임기가 종료되었고 제2차 고시개정전문위원회는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 3년이 도래하기 전에 내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복지부에 ▲종합조사 대상자 전체 1구간 상향 등을 통한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 마련 ▲2차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 구성 ▲시각장애,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해 항목과 점수를 개선 등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표 개선을 요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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