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입법예고에 3천여 명 의견 냈지만 ‘묵살’
- 50㎡ 미만은 편의시설 접근권 침해… ‘장애인등편의법’ 개정 추진
[더인디고 조성민]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 기준을 50m² 이상으로 낮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에도 그대로 추진되자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또다시 거리의 턱 앞에 섰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9일까지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들은 ‘또 하나의 차별’이자 ‘기만적 꼼수’라며 비판 성명에 이어 해당 기간 내 3천여 명의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 더인디고 기사(7.9) ‘편의시설 설치 대상 50㎡ 이상? 되려 장애인의 접근권 제한하는 복지부의 기만적 꼼수’
* 더인디고 기사(7.17) ‘바닥면적’ 기준, 복지부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은 또 하나의 차별
하지만 복지부의 기존 태도에 변함이 없자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는 “‘97년 장애인등편의법 제정 이후 300㎡(약 90평) 이하 공중 이용시설엔 접근조차 못한 채 20년 세월을 참고 견뎌왔다. 복지부는 잘못된 정책에 대한 사과는커녕 합법적인 반대의견조차 묵살하는 ‘장애인 접근성 차별부처’를 자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신·증축이나 개축되는 모든 50㎡ 이상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적용된다. 하지만 음식점, 카페, 미용실, 편의점 등이 해당 면적 이하일 경우 장애인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할 수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의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행령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편의점만 따지더라도 전국의 4만3000여 곳 중 50㎡ 미만인 사업장이 약 80%를 차지한다. 앞으로 새롭게 문을 여는 곳은 물론 기존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조차 증·개축하지 않는 한 장애인에겐 말이 좋아 ‘이용시설’인 셈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광화문 소재 현대해상본사 별관에 입점한 ‘스타벅스’ 앞 계단을 가리키며 37년 전 서울시장 앞으로 남긴 고 김순석 열사의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라는 유서의 일부를 상기시켰다.
박 이사장은 “우리는 그 때도 지금도, 이 턱 때문에 누구나 이용하는 카페에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97년 장애인등편의법 제정 후 턱하나 넘자고 20년을 투쟁했지만, 이렇게 대기업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과연 합법적 상황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박 이사장은 “정부가 기만적인 시행령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국 방방공곡을 다니며 접근성 개선 투쟁과 더불어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