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공무원 면접에서 탈락한 정신장애인, 행정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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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16일 11시 ‘정신장애 이유로 공무원 시험 탈락시킨 화성시 규탄한다!’며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정신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16일 11시 ‘정신장애 이유로 공무원 시험 탈락시킨 화성시 규탄한다!’며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정신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유튜브 화면 캡처
  • 최현정 변호사, “장애 질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직접차별”
  • 당사자 A 씨, “공무원 임용만큼은 차별・편견 없이 공정 채용 바라”

‘국가가 가장 모범적인 고용주다’라는 정부의 입장을 신뢰한다.
칼바람에 정의를 바라는 작은 소망마저 얼어붙을까 두렵다.
-당사자 A 씨의 발언문 중에서-

올해 4월 치러진 화성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한 정신장애인이 면접에서 탈락, 면접위원의 차별적인 질문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6일 11시 ‘정신장애 이유로 공무원 시험 탈락시킨 화성시 규탄한다!’며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정신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송 원고인 A 씨는 10년 전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Ⅱ형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아 2012년 정신장애인(3급)으로 등록했다. A 씨가 가진 Ⅱ형 양극성 정동장애는 우울증과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기적인 전문의의 진료와 약을 통해 증상을 잘 관리하면서 비장애인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A 씨를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성실하게 치료받고 있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학원 강사, 건설회사 지적편집 작업 등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A 씨는 ‘2020년도 제1회 경기도 화성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행정 9급(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했고, 필기시험에서 동일구분의 선발예정인원(9명) 중 유일한 합격자였다.

A 씨는 면접위원들로부터 지원 동기, 화성시의 문제점 등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질문에 막히는 것 없이 무난하게 모든 대답을 마쳤다. 또 ▲장애 유형과 정도 ▲장애등록이 되는 장애인지 ▲약을 먹거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다른 일을 해 본적이 있는지 등 본인의 장애와 관련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대답을 피할 이유가 없었기에 모두 사실대로 답변했다. 하지만 면접시험 결과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9월 16일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소송대리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최현정 변호사는 “면접시험에서 장애인에게 장애에 대한 내용을 질문하는 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 내용을 묻는 경우로써, 장애인과 장애가 없는 사람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질문은 면접위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른 면접위원에게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고, 장애인 응시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위축되게 할 수 있으며, 다른 질문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기 때문에 장애인 응시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최현정 변호사가 소송 경과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최현정 변호사가 소송 경과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제공

이어 “장애에 대한 질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직접차별’에 해당한다. 면접위원의 재량권은 능력에 따른 임용 원칙, 차별금지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면접질문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등 평가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수원고등법원은 여주시가 9급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청각장애인 응시자를 탈락시킨 사안에서, 면접위원들이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와 관련된 질문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모두 ‘하’로 평가하여 ‘미흡’ 등급을 부여한 행위를 장애인 차별행위이자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였다. 정신장애인인은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소외되어 사회복지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다. 100가지가 넘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당사자들이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국가적 폭력이다. 공정한 경쟁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A 씨는 “장애 관련 질문을 받기 전에 한 면접관은 ‘준비를 잘 하셨네요’라고 말할 정도로 면접을 잘 봤고 최종적으로 합격을 낙관했다. 또 일반행정직렬에서 장애인 선발의 유일한 필기 합격자였고, 같은 직렬 저소득층 선발의 합격선보다 80여점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발언문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이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복용한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불합격한다면, 정부청사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정신과 치료와 항정신질환제를 복용하는 공무원은 어떻게 일할 수 있냐?”면서 “면접장에서 장애의 유형을 의도적으로 가려내거나 장애를 사유로 공무원으로서 임용을 교묘하게 거부한다면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공무담임권과 장애인차별을 금지한 법률의 취지를 심각하게 침해, 위반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정으로 가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지만, 이렇게 싸움에 나선 것은 적어도 공무원의 임용만큼은 헌법과 법률이 선언한 그대로 차별과 편견 없이 공정하게 채용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며 법원이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장추련은 법률지원단과 함께 ‘화성시의 A 씨에 대한 불합격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12월 15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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