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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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감수성ⓒ픽사베이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 사회적 갈등 해결의 시작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더인디고=이문희 편집위원] 분명히 내 것인데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 중 하나가 ‘이름’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동안 이름이나 호칭을 듣는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부르는지 그리고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그동안 쌓아온 가치관과 감성이 담겨져 표현된다.

김춘수 시인이 쓴 ‘꽃’이라는 시가 있다.

사진/더인디고

김춘수 시인은 어떤 것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것이 내게로 와 의미가 된다고 했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나에겐 의미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허무한 나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은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의미가 자리매김을 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위 ‘소외계층’들은 어떻게 불리고 있는가? 치매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보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 문제는 빈번하게 언론에 노출되고 있고 그 가운데 ‘치매(癡呆)’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치매라는 단어의 한자적 의미는 매우 충격적이다. 어리석을 치(癡)는 어리석다, 미치광이로 사용되는 뜻이고, 어리석을 매(呆)는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이다. 치매노인은 미련하고 어리석은 미치광이 노인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말이다. 이 용어를 우리는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노인정책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인지저하증’이라는 대체 용어가 제시되어도 말이다. 올바른 용어의 사용이 시급하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나 언론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장애인에 대한 저급한 언어의 사용은 저급한 수준의 장애인 이해와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름 등 호칭을 통해 표출되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핵심은 ‘장애감수성’이다. 구체적으로 언론매체와 정치인들은 장애인 문제를 다룸에 있어 장애인권리협약 제3조 일반 원칙에 기반을 두어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고, 섬세해야 하며, 정확하게 장애인 관련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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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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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is50@naver.com'
바람꽃하늘소망
4 years ago

오랜만에 김춘수의 시를 읽으니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이문희
4 years ago

어떤 대화인지 무지 궁금해지는데요?

anire0101@hanmail.comner'
안옥식
4 years ago

오! 좋은 말씀이예요.
새로운 시작을 한거맞죠?
축하하구요.
장애인들을 위하여 더 좋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zewexi@hanmail.net'
정문희
4 years ago

치매 :어리석고 우매한질병이아니라 앞으로 의학관계자분들과
의학전문용어로 인지저하증이라바꿔사용하는게좋겠다는 의견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