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착취가 울력과 품앗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장애 특성과 법 해석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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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사진=픽사베이
▲여성에게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사진=픽사베이
  • 현대판 노예이자 인신매매의 문제로 접근… 중대 범죄로 다뤄야
  • 수사 단계에서부터 가해자 아닌 학대 피해자 입장 고려
  • 해법으로는 ‘학대특례법’ 제정 등 종합적 검토 필요

[더인디고 조성민]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염전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7년이 넘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학대가 끊이질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대 사건의 약 10%가 노동력 착취이다. 이 중 10명 중 8명이 발달 및 정신장애인인 데다 44.6%는 3년 이상 피해가 지속하고 있어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 노동 착취 근절을 위한 수사 및 처벌 개선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 인권 및 법률 전문가들은 노동력 착취 등 학대가 지속해서 발행하는 원인 등을 두고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국제적 기준에 의하면 노동력 착취는 ‘현대판 노예’나 ‘인신매매 범죄’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이지만 국내는 ‘울력’과 ‘품앗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장애 특성의 이해 부족으로 수사단계에서부터 학대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입장에 서는 경우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 재판 과정에서 법 해석 및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해자가 처벌을 면하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월 2일 유튜브 채널로 '장애인 노동착취 근절을 위한 수사 및 저벌의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에는 이날 발표 및 토론자들이 줌으로 참여하고 있는 장면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월 2일 유튜브 채널로 ‘장애인 노동착취 근절을 위한 수사 및 저벌의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날 발표 및 토론자 모두가 줌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인은 장애 인권 감수성 부족과 수사 과정 및 법 해석의 문제

장애인법연구회 정다혜 변호사는 “국제인권협약이나 해외 주요 국가의 공통점은 강제노동 또는 노역을 자발적인 동의가 아닌 위협과 강요된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예방책과 교육은 물론 효과적인 수사와 기소, 재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 “유럽인권협약의 경우 ‘노예(어떤 사람의 소유로 취급되는 사람의 지위나 상황)’와 ‘예속(장기간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강제적으로 인력제공)’, ‘강제적 또는 의무적 노동’의 개념과 국가의 의무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노동력 착취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국가가 강요된 노동 금지와 위반 시 적극적인 조사, 처벌 및 예방 등을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수사 과정과 실체법적 문제로 나누어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는 ▲진술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나 장애인의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적 능력에 대한 오판 ▲발달장애인 전담조사제도의 형식적 운영 ▲주위 사람 등 유인자에 대한 수사 미진 ▲심지어 고소장을 접수했어도 수사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법 적용 등”을 지적한 데 이어 “실체법적으로도 △관련 규정 해석과 적용의 문제 △양형상 문제 △장애 인지적 관점 부재 △장애인 대상 범죄의 통계 부재 등 주요 원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중앙경찰학교 수사법률학과 강남수 교수도 수사 과정에서의 일부 한계를 인정하며, “피해 장애인의 경우 자신을 보호하던 사람에게 의존성이 높다 보니 학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또 “분리하더라도 적응을 못해 가해자에게 다시 찾아가거나 그들을 옹호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해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포용적 보호 및 분리 조치를 하다 보면 그때서야 비교된 삶을 진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 이 점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 필요성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논의 필요

하지만 노동력 착취 해법을 놓고서는 대체로 장애인학대특례법(가칭) 제정에 공감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는 “실체법상 문제 개선과 장애인 학대 범죄 개념 정의, 형법과 노동관계법, 장애인복지법 등 산재한 학대 관련 법률을 하나로 모아내기 위해서는 학대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 착취에 대한 양형 개선과 현재 경찰청이 가해자의 ‘범행 시 정신 상태’만 기재하고 있는 ‘발생통계원표’에 장애여부와 장애유형을 추가 및 사법기관도 장애인 대상 범죄 동향을 별도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주언 변호사는 특례법 제정에는 공감하면서도 “산재한 법률을 하나로 모으고 양형 기준을 강화한다고 착취가 근절되지 않는 만큼,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현재의 법률 등을 고려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정책위원장도 “특례법으로 할 것인지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안)에 담을 것인지는 법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법 제정 여부를 떠나 ‘현대판 노예제 법률’과 ‘인신매매 관련 법’ 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동석 교수는 “노동력 착취는 타자가 위협이나 폭력을 사용, 장애인의 삶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노예’와 ‘인신매매’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염전노예 사건 등은 국제법상 명확히 인신매매에 해당됨에도 관련 판결 20건 중 2013년 형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인신 매매죄’가 적용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은 “부처 특성상 국가 의무 중 학대 예방과 교육 등 중요한 만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청와대나 국회, 법무부,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화 및 모니터링을 통해 미흡한 기관은 국민에게 공표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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