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e] 시설 수용, 모든 국제인권조약의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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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에 열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권리, 국제적·국내적 실천 방안 모색 토론회’ 후 기념촬영
지난 4월 22일에 열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권리, 국제적·국내적 실천 방안 모색 토론회’ 후 기념촬영
  • UN CRPD와 사회이슈⑧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되었다. 누군가는 오랜 운동 끝에 이뤄낸 중간 성과라며 기뻐했지만, 누군가는 장애인 ‘관리’를 위해 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발달장애인 마을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 탈시설은 인간의 권리를 보호, 보장, 증진하기 위해 채택된 9개 유엔인권조약에서 단호하게 선언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이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은 제9조를 통해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또 제17조는 사생활, 가정, 주거에 대해 간섭받지 않아야 함과 이러한 간섭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동 조약의 제23조는 장애인도 원하는 사람과 가정을 구성할 권리가 있으며 이 가정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은 제11조를 통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명언하고 있는데, 특히 일반논평에서는 ‘주거권’이란 단순히 지붕이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로 해석하고 있으며, ‘적절한 주거’ 역시, 적절한 안전과 공간, 사생활, 인프라 등이 갖추어져야 함을 논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권리를 다루는 아동권리협약 제23조와 관련 일반논평은 장애아동의 존엄성 보장, 자립 촉진, 사회참여 보장, 자유와 안전에 대한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일반논평 41문단에서 ‘장애아동은 자신의 가정환경 내에서 가장 잘 보살펴지고 양육’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의 가족이 모든 측면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언명하고 있다.

고문방지협약과 강제실종협약도 시설수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설이나 정신병원 등에서 장애인 당사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여러 굴욕적이고 비인권적인 행위와 폭력은 고문방지협약에서 정의하는 고문에 해당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아직 강제실종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시설 사례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생존자들은 우리나라의 강제실종협약 비준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도 협약뿐 아니라 국가 심의, CRPD 위원회의 워킹그룹 활동 등을 통해 탈시설의 권리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 집, 마을 형태의 장애인 분리 공간도 시설로 간주하여 폐쇄를 권고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 가정에 고립, 특수교육 등의 분리도 또 하나의 시설화(institutionalization)로 보고 있다. 비장애인으로부터 장애인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시설화의 시작임을 시사한다.

이렇게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는 모든 국제인권조약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 안전이 박탈당하는 시설수용은 자유권의 위반이며, 사생활 침해가 잦고 개인을 위한 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시설이라는 주거 형태는 사회권규약에서 규정하는 적절한 주거와 거리가 매우 멀다. 또한 추진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공동체 마을도 여전히 장애인을 분리하는 하나의 시설일 뿐이며, 탈시설 후 공공 임대 주택 등에 장애인을 몰아넣는 것 역시 지역사회 내에서의 분리를 야기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탈시설’의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과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누군가 토론회 당일 이렇게 물었다. ‘탈시설 이후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탈시설 이후에 필요한 것은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의지뿐이지 아닐까요. 모든 인프라, 서비스, 인식은 사전에 갖춰져야지 사후에 갖춰져서는 늦습니다. 탈시설지원법은 10년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있어요. 또다시 너무 늦어버리지 않도록 선제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원고는 지난 4월 22일 최혜영 국회의원 등이 주최하고,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에서 주관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연속 토론회 3차: UN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 권리 국제적, 국내적 실천방안’ 당시 필자의 토론자료 정리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2014년부터 장애청년 해외연수 운영, UNCRPD NGO 연대 간사 등을 하면서 장애분야 국제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롭게 글도 쓰며 국제 인권활동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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