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당신에게 다가선 재난, 단계적 국가정책으로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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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문희 편집위원
  • 이번에는 반드시, 단계별 재난대책 수립 및 모니터링 틀을 갖춰야!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더인디고=이문희 편집위원]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양상을 조금씩 보이고 있더니 소규모 집단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브리핑도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펜데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자동차업계에서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는 등 세계대전급의 전쟁상황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를 경험했다. 그동안의 노하우 축적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번 사태를 잘 대응하고 있고 WHO도 한국의 대처가 다른 나라의 교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에게도 적용이 될까? 장애인은 일상이 재난이라고 하지만 이번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장애인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 때나 지금이나 장애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보건의료대책은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재난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장애인의 건강수준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교육수준, 고용 등 건강수준을 결정짓는 사회적 요인들을 비교해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장애인에 비하여 심각한 수준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건강수준이 낮은 장애인들은 더욱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장애인건강권법이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났건만 이 법에 의해 이번 사태를 대응할만한 게 무엇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 한 가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게다가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102명 중 100명이 감염되어 7명이 사망하였다. 그 중에는 연고자 없이 20년 이상을 입원치료하고 있던 정신장애인이 정신적인 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무기징역을 산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다가 감염으로 사망한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단체는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아무런 실효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문제도 즐비하다. 인공신장실에는 한번에 20~100명이 밀집돼 치료를 받는다. 집단 감염에 대한 노출도 문제이거니와 이미 신장장애인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이 들린다. 중증장애를 겪는 자가격리자에 대해 생쌀을 지급하는 등 정부물품지원의 허술함, 장애인거주시설의 집단 감염, 선별진료소 수어통역자 미배치 등은 충분히 미리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직간접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고통은 죽음의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장애인에겐 심각한 수준의 재난 상황이다. 재난의 특성 중의 하나가 너무나 쉽게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간단한 대응도 허둥지둥하게 만들어버려 심각한 결과로 악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조금이라도 필요한 장애인들은 재난발생 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재난위험군’에 속한다. 그 수가 전체 장애인 수의 53%인 141만 7천명에 달한다. 특히 자폐성장애인 중 60.3%, 뇌병변장애인 중 44.4%, 지적장애인 중 37.3%는 일상생활에서 대부분 도움이 필요하거나 거의 남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여서 이들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은 필수적이며 실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가능성을 최소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17일 유엔 장애인인권특별보고관인 데반데스(Catalina Devandas)는 위험상황에서 국가는 장애인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장애인이 경험하는 구조적 차별 때문에 국가의 책임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의 생존이 우선적으로 보장받을 자격이 있으며, 의료 자원이 부족할 때 생명구호 조치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공중 보건 비상사태에 대한 명확한 프로토콜을 확립하도록 국가에 촉구하였다.

이러한 데반데스의 성명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재난안전 정책 시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우선 단계별 재난대책수립과 모니터링 틀을 갖추어야 한다! 장애인 재난안전 기반을 마련하는 예방단계, 그리고 장애인재난안전에 관한 국가종합계획의 실효적인 시행 및 모니터링 틀을 갖추는 계획단계,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대응단계, 피해 복구를 신속하게 이룰 수 있는 실효적 복구단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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