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급돌봄과 의료 또 총체적 난국’… 최중증 근육장애인 전담병원서 5일째 방치

1
346
▲환자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고 의료인력이 그 옆에서 체크를 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환자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고 의료인력이 그 옆에서 체크를 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 코로나 확진 근육장애인… 활동지원 없이 요양병원서 홀로 사투
  • 1년 만에 만든 장애인 확진자 대책, 4차 유행에 또 ‘무용지물’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24시간 긴급돌봄 홍보해놓고 없던 일로
  • 장애인 전담병원 ‘국립재활원’은 빠르면 6일 가동
  • 장애인단체, ‘제발 살려달라’ 청와대 국민 청원 나서

[더인디고 조성민]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아직 여기 살아 있습니다.”

장애 정도가 심한 근육장애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서울 소재 전담병원에 입원했지만, 신체활동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등 ‘의료’와 ‘돌봄’에 또 공백이 발생했다.

40대의 권모씨는 혼자 식사나 용변처리, 심지어 위급 시 전화를 걸거나 몸을 뒤척일 수도 없는 최중증의 근육장애인이다. 혼자 생활하는 그는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40대 근육장애인, 코로나 전담병원에 입원했지만 활동지원 없이 사투

권씨는 1일 코로나 확진으로 서울 구로구 모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식사나 체위변경 등 당사자에 맞는 신체지원활동을 해주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나마 두세 시간에 한 번이었고, 어제 야간에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누워 있어야 했다.

권씨의 상황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국근육장애인협회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서자협)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입원 후 당일 한 끼도 먹지 못했지만, 가장 힘든 일은 배고픔이나 소변줄이 아닌 체위변경이다. 근육장애인은 신체에서 근육이 빠지면서 뼈와 피부가 눌리는 완충 역할이 없어 한 시간에 두 번 정도 체위 변경을 해야 한다.

그나마 권씨가 입원 당일 하루라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24시간 긴급돌봄서비스와 국립재활원에 마련된 장애인 전담병실에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권씨와 같은 중증의 근육장애인인 정모씨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규정상 활동지원사 파견이 이루어지지 않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12시간이나 방치됐다. 병원 이송까지도 5일을 기다려야 했다. 3차 대유행으로 인한 병상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접근가능한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애인 감염병 대응매뉴얼(매뉴얼)’엔 확진자 접촉 후 음성판정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에만 활동지원사 파견이 가능했다. 또 긴급돌봄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서비스원도 장애인 확진자 지원대책은 전무했다. 관할 보건소에 어렵게 사정한 끝에 정씨의 아내가 활동지원사를 대신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5일만에 이송된 병원에서는 활동지원사는 물론이고 정씨의 아내도 동반 입원을 승인하지 않아 기저귀를 찬 채 격리생활을 했다.

[더인디고 관련 기사]
‘20.12.17 코로나19 확진 받은 중증장애인, 방치된 채 홀로 사투
– ‘20.12.29.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코로나19 확진자 긴급돌봄인력 모집
– ‘20.12.31. 복지부,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지원 강화
– ‘21.1.22. 서울시, 중증장애인 확진자가 전담병원 입원시 돌봄인력 지원 등 ‘4종 긴급돌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인력 모집 포스터 / 사진=서사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작년 12월 29일 긴급돌봄인력을 모집하는 포스터. 해당 포스터에는 장애인, 노인 등 확진자 의료기관 입원시 동반입소 등을 주요 업무로 명시했다. 포스터=서울시사회서비스원

정씨의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는 올해 1월 22일, 장애인이 전담병원에 입원할 경우 24시간 돌봄 지원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앞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작년 연말 병원 내 동반입소가 가능한 요양보호사 및 장애인활동지원사 100명을 공개 모집까지 했다.

또 복지부는 국립재활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 올해 1월 6일부터 전담병상을 오픈했다. 이어 4월에는 확진 판정으로 의료기관 입원할 경우 24시간 활동지원이 가능토록 매뉴얼을 개정했다.

코로나 1년 만에 만든 장애인 확진자 긴급돌봄과 의료대책그대로 무너져

하지만 권씨는 이 모든 대책이 허망하게 무너진 것을 입원 다음 날 알게 됐다.

국립재활원에 설치된 전담병상 운영이 일시 중단되면서 오는 9일이나 이용이 가능했다. 국립재활원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6월 말부터 백신접종이 집중되면서 음압병실 담당의가 업무 지원 차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동해 9일에 복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사회서비스원도 확진자에겐 긴급돌봄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작년 연말 활동지원사를 뽑겠다며 모집까지 나섰지만, 어느 순간 없던 이야기가 돼버렸다.

사회서비스원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올해 초 긴급돌봄을 지원하려 했지만, 없던 일로 됐다”면서 “서비스원 운영에 대한 법적근거도 없고, 설사 모집을 하더라도 병원이 허락하지 않으면 파견조차 못한다”는 이유였다.

현재 사회서비스원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률안은 대안으로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사회서비스원이 충분한 검토도 없이 보여주기식 정책을 발표한 데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설립 취지마저 잊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검사와 치료, 사후 관리 등은 지자체 소관인 만큼 서울시가 4차 대유행에도 장애인 확진자에 대비한 인력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립재활원 또한 지난달 12일부터 수도권 중심의 4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됐음에도 너무 뒤늦은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이르면 내일(6일) 이라도 문을 열고 권씨 이송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못한 장애인단체, 인력모집 나섰지만, 의료기관 승인 없인 불가청와대 국민청원에 다시 기대!

결국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 발생 1년이 되어서야 장애인 확진자 대책을 수립한 것도 모자라 어느새 슬그머니 뒷짐을 진 상황에서 장애인 단체가 다시 나서는 상황이 됐다.

▲지난 1일 전담병원에 입원한 권씨가 활동지원도 지원받지 못하고 국립재활원 전담병원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근육장애인협회 등이 국민청원에 나섰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1일 전담병원에 입원한 권씨가 활동지원도지원받지 못하고 국립재활원 전담병원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근육장애인협회 등이 국민청원에 나섰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서자협은 서울시와 논의 끝에 활동지원사를 파견하는 것으로 지난 2일부터 긴급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실제 병원에서 24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데다 설사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의료기관이 반대하면 파견도 쉽지 않다.

이에 정씨와 관련된 ‘근육장애인협회’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업단’이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비단 권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렵게 만든 지원체계를 국가가 또다시 외면하는 상황에서 중증의 장애인은 이제 병원에서조차 방치되다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생존의 위협 속에 방치된 최중증장애인에게 지원체계를 갖춘 ‘전담병원’과 ‘인력’을 배치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bbc36dc5d1@example.com'

1 Commen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psm2965@naver.com'
박상모
2 years ago

현재 위드코로나가 시행되고 확진자가 5000명이 넘는 등, 우린 아직 코로나 팬데믹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애인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관심은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몸을 혼자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에 경우에는 체위를 변경해주지 않으면 욕창이 생기는 등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에게 관심을 주어서 그들이 두려움속에 떨지 않고 편안히 살 수 있는길은 우리는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