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내가 오징어 게임에서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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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 중단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TV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 중단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TV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화면해설도 잘 되어 있어서 나도 주말 정주행을 시도했다. 듣던 대로 익숙한 놀이가나왔고 소문대로 맥락 없는 잔인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 존엄하고 생명은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나에게 이 드라마는 스토리가 가진 완성도나 전개 방식과는 관련 없이 잔인하다는 한 가지 이유로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했다. 다만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되는 강박적 루틴이 나를 TV 앞에 머무르게 했다.

비명과 죽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몰입이 깨어지려 할 때쯤 내 관심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게임 참가자들의 경기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투표 장면이었다. 찬성이냐? 반대냐? 라는 물음에 참가자들은 빨간색과 파란색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되었다. 단순한 투표이긴 했지만 이후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 있는 장면이라 긴장도를 높이는 효과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찬성 반대 찬성 반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 줄 모르는 선택들이 이어질 때 진행자가 중간중간 스코어를 불러주기는 했지만, 매번 그 숫자를 읽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참가자들이 누르는 버튼이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높은음과 낮은음으로 구분한 비프음의 작은 차이가 내게 훌륭한 접근성을 제공해 주었다. ‘삑’ ‘삑’ ‘삑’ ‘삑’ 올라가는 숫자를 보지 않아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엔 그것으로 충분했다. 화면으로만 처리했다면 혹은 같은 음높이의 비프음을 사용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현장감을 그 작은 차이로 동 시간대에 내가 느낄 수 있었다.

때때로 작은 배려는 어떤 이들에겐 작지 않은 기쁨을 선물한다. 어제는 우리 집의 비상약에 친구의 도움으로 작은 스티커들이 붙여졌다. 모든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에 점자를 붙이는 거창한 일들도 필요하겠지만, 내게 있어 스티커를 붙여주는 조그만 마음은 그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온다. 조금만 생각하면 아주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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