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도 다큐를 보고 싶다’… 인권위에 방송 3사와 방통위, 차별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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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와 방통위가 수어방송을 제한해 시청권을 침해받았다며 진정인 오영준씨(사진 가운데)와 윤정기(사진 오른쪽) 장애벽허물기 이사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방송3사와 방통위가 수어방송을 제한해 시청권을 침해받았다며 진정인 오영준씨(사진 가운데)와 윤정기(사진 오른쪽) 장애벽허물기 이사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 “고작 7%?, 현실과 동떨어진 수어통역 방송비율”
  • 수어통역 30%까지 확대… 교양방송 볼 수 있어야
  • “방통위, 수어방송 평가 등 질적 관리 지침 제정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지난주에도 KBS의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나 ‘TV쇼 진품명품’, MBC의 ‘생방송 오늘 저녁’, SBS의 ‘TV 동물농장’을 보면서 수어통역이 없어 답답했다.”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시청권을 침해받았다며 지상파방송 3사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17일 장애벽허물기, 원심회,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에이블업 등 장애인단체 등은 지상파 방송3사와 방통위가 농인들의 시청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17일 장애벽허물기, 원심회,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에이블업 등 장애인단체 등은 지상파 방송3사와 방통위가 농인들의 시청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진정인들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원심회 등 5개 장애인 단체들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인의 시청권을 가로막는 지상파 방송사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방통위가 수어통역방송 비율을 7%까지 늘린 것 같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퇴보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12일 방통위는 수어방송 의무화 비율을 현행 5%에서 7%로 확대하고, 또 주문형 비디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도 폐쇄자막과 화면해설, 수어 등을 의무화하는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장애벽허물기는 “방통위가 OTT(오티티)와 VOD(브이오디) 등 비실시간 방송의 장애인 접근환경 마련이나 음성합성을 통한 화면해설 서비스, 수어 아바타 등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나 비대면 환경을 고려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수어통역방송 비율 7%는 이미 2019년 기준으로 KBS가 8.8%, MBC 7.45%, SBS 7.1%를 지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5%의 수어통역 비율은 이미 2012년 장애인방송 고시를 정했을 당시 비율”이라며 “그동안 4차례에 걸쳐 고시를 개정했지만 수어통역은 손조차 안 대다가 9년이 지난 지금 고작 2% 올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방통위의 보수적 정책으로 인해 농인들은 일부 뉴스 이외, 다양한 시간대의 수어통역 방송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진정인 오영준씨(사진 오른쪽)가 뉴스 이외 교양방송 등을 시청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진정인 오영준씨(사진 오른쪽)가 뉴스 이외 교양방송 등을 시청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진정인 오영준씨는 “수어통역 대신 자막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지만, 수어에 익숙한 농인들은 실시간 자막을 모두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고, 가끔 자막이 늦게 올라와 흐름이 끊긴다”며 “특히, 교양 등까지 시청할 수 있도록 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30%까지 주장하는 이유는 농인들이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자 과거 교양방송 편성 비율편성비율 약 30%까지 규정했던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방송사마다 통역하는 통역의 질도 문제다.
강주해 한농협을걱정하는모임(한농모) 고문은 “일부 방송사의 경우 수어통역을 모호하게 표현해 관련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볼 수 없어 시청권을 제한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강 고문은 이어 “방송사가 비장애인의 민원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수어통역을 늘려달라는 농인의 요구에는 눈을 감고 있다”며 “수어통역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민원을 넘어, 수어와 장애인 관련 법률에 위배된 차별행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송 3사가 수어방송 확대뿐 아니라 통역의 질적 관리에 나서야 하고, 방통위는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참석자가 ‘교양다큐프로그램, 수어통역으로 보고 싶다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한 참석자가 ‘교양다큐프로그램, 수어통역으로 보고 싶다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 대표들은 수어통역 확대와 수어통역의 질 관리에 소극적인 지상파 방송 3사와 관련 방송정책을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국수화언어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근거해 차별진정서를 제출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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