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낮은 시선으로부터] 아듀, 그럼에도 2021년 축배를 들자

1
612
▲더불어민주당(좌) 국민의힘(우) 로고. 출처=각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좌) 국민의힘(우) 로고. 출처=각 페이스북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희뿌연 는개로 변해 한 치 앞을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미세먼지까지 더해 먼빛으로 보이는 도로 위를 메운 차들이 밝힌 전조등 불빛이 까무룩 흐리마리하다. 일상회복을 선언했던 정부가 확진자가 8,000명이 넘어가자 서둘러 거리두기 강화를 발표하고 연일 대선후보들의 말실수와 주변 인사들의 떠름한 과거를 폭로하는 뉴스가 넘쳐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요즘 드러나는 구설들은 앞으로 5년 내내 들어야 하는 논쟁거리여서 벌써 피곤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마치 탁하고 어둔 터널을 흐릿한 전조등 불빛에 의지한 채 더듬어 가는 듯 왠지 아슬아슬하다.

이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문만 무성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장애계 진영의 골격이 제법 갖춰진 모양새다. 지난 13일 장문현답, 즉 ‘장애인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고 지방 순회에 나선 국민의힘 장애인복지지원본부(본부장 이종성 의원)는 지난 5년간의 문재인 정부가 펼쳤던 장애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장애인의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장애인 정책이란 게 어차피 없는 살림에 밥 숟가락 한 벌 더 올리는 식의 미봉책투성이라 그런지 왠지 솔깃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내건 대표적인 장애인 정책이 뭔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공감 대신에 자꾸 고개가 갸웃해진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주장하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로의 전환’ 때문인데,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이후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판정체계를 구체화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와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지원 서비스’의 차이를 당최 모르겠다는 거다. 장애계 경험이 아직 일천하지만 들은 풍월깨나 있어 아무리 견줘 봐도 짐작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현장을 찾아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묻고 장애인 당사자 체감도 높은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야 쌍수 들어 환영하지만 그 답 찾기가 자칫 누군가에게만 과실이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14일 ‘포용국가 위원회’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장애인 정책 활동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는 달리 소위 장애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진영을 갖춘 모양새였는데, 특히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이 눈에 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은 이종성 장애인복지지원 본부장 중심으로 장애인 정책 공약 개발에 나섰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장애계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인사들을 모아 경쟁에 나선 셈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① 공공병원 확충 의료 불평등 해소, ② 주치의제도 도입 건강돌봄 강화, ③ 5대 돌봄 국가책임제 실현, ④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⑤ 돌봄종사자 단일임금 및 안전 확보 등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앞으로 개발하게 될 장애인 정책 공약의 일면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공공병원 확충을 통한 의료 불평등이나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장애인 당사자 건강 돌봄은 이미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이어왔던 제도여서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등을 통해 이행 로드맵을 구성하면 될 일이어서 좀 어리둥절하다. 5년마다 찾아오는 대통령 선거에서의 장애인 정책 관련한 공약은 새로운 정책 아젠다를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 기왕에 법적 장치가 마련된 제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대선 공약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모기 잡기 위해 초가산간을 태우는 격이어서 안타깝다.

눈에 띄는 것은 양 정당의 장애인 정책을 책임지게 될 두 사람의 배경일 텐데, 국민의힘 이종성 장애인복지지원본부장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더불어민주당의 윤종술 포용국가 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라는 규모와 조직력이 탄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말하자면 두 단체가 양 당의 장애인 정책을 위한 선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정치적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장애계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정치적 위치를 유지해 왔는데 이번 대선에는 급기야 두 단체가 파란 고양이와 빨간 고양이가 되어 쥐잡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들이 마련하게 될 정치적 논리들이 향후 장애인 정책의 5년을 좌우하게 된 셈이다.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기왕에 뛰어든 선거판이라면 두 단체 모두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애인 당사자의 모임과 당사자의 부모들이 모인 단체가 선택한 양극단의 정치적 색깔이 각자의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어도 부디 그 결과가 모든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위한 최선이기를 바란다.

두 정당의 장애인 정책을 위한 대선 진용은 그럭저럭 갖춘 듯하다. 사실상의 양당 체제에서 딱히 이렇다 할 제3의 대안을 모색하기란 이미 물 건너간 형편이라 유권자 입장에서는 두 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둘 중 한 길을 선택해 나서야 할 두 길 모두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탁하고 어둡다. 전조등 하나 밝힌다 한들 는개로 희뿌옇게 막힌 길이 훤히 보일 리 없지만, 그럼에도 다행인 이유는 단 하나, 천천히 나선다 해도 길 끝에 닿을 테고 그 닿는 곳에는 우리가 더듬어 찾았던 그 무엇이 있을 테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의 끝에 남아 소주 한 잔 넘치게 채워 혼자 축배를 들며 읊조려본다. 파란 고양이든 빨간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지 뭐.

아듀, 2021년이여 부디 잘 가라.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승인
알림
662d295f68d81@example.com'

1 Commen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khm3909@hanmail.net'
김혜미
2 years ago

심히 불편하네요 더민주의 장애정책은 윤종술대표가 이끈다고요?
이재명과 함께하는장애인위원회와 모든 장애인들이 함께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정단체나 특정인물이 이끈다는것에 우려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