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유권자들 “대선 TV토론회, 후보자별 수어통역사 배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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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원회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에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원회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에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 10년째 제자리… 농청년들 ‘참정권’ 하소연
  •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 민주당 당차원 대응 요구
  • 선관위·방송사만 문제?… 여·야 정치권 적극 나서야!

[더인디고 조성민]

청각장애인 청년 유권자들은 앞으로 ‘대선후보 TV토론회’는 후보자별 수어통역과 자막이 함께 방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후보자들의 공약이 담긴 공보물에 수어통역 영상 QR코드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청각장애인들의 ‘알권리’와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는 10일 오후 3시,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에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공식 요구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병석(왼쪽에서 세 번째) 농인 뉴스 제작작가 TV토론회에서의 수어통역사 배치 뿐 아니라 화면 크기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더인디고
▲유병석(왼쪽에서 세 번째) 농인 뉴스 제작작가 TV토론회에서의 수어통역사 배치 뿐 아니라 화면 크기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더인디고

간담회에는 청각장애인, 수어통역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영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그리고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최혜영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및 청년 선대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청각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같이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각장애인 청년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 등 10년 넘게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주장했다. 하지만 20대 대선을 앞둔 첫 TV토론 때도 후보별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지 않아 어느 후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또 수어통역 장면도 전체 TV 화면에 비해 너무 작게 표현했다”고 지적하며, 근거 사진 등을 함께 제시했다.

▲청각장애인 청년들은 선관위나 지상파 방송사 등이 TV토론회에서 후보자별 수어통역사 배치가 어렵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광역시장 후보 토론회 화면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진=김하정 농인 유튜버
▲청각장애인 청년들은 선관위나 지상파 방송사 등이 TV토론회에서 후보자별 수어통역사 배치가 어렵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광역시장 후보 토론회 화면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진=김하정 농인 유튜버

조성현 수어통역사협회장은 “수십 년 동안 선거를 비롯해 토론회 등 방송사 수어통역을 할 때는 혼자서 4시간 동안 한 적도 있다”며 현행 선거 방송에서의 수어통역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합동 초청으로 첫 후보자 TV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사 1명에게 후보 4명의 이야기를 전달받아야 했다. 후보 간 설전이 이어질 때는 수어통역사가 누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이해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월 3일 20대 대선 첫 TV토론회가 지상파 방송 3사 합동 초청으로 열렸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월 3일 20대 대선 첫 TV토론회가 지상파 방송 3사 합동 초청으로 열렸다. 이날 4명의 후보와 1명의 사회자가 발언하는 가운데 수어통역사는 1명만 배칭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특히 이날은 ‘한국수어의날’인 데다 2018년 인권위도 각 방송사에 “선거방송 화면송출 시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방송 3사는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TV론 때는 물론이고 이번 첫 토론회에서도 인권위의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 방송사는 당시 인권위에 “수어통역사 2명 배치 시 생방송 중 카메라 배정과 화면 차지 비율 등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 3사만의 책임으로 돌릴 문제도 아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의 2(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방송 또는 수어통역 제공은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수어통역사의 최소 인원수 등 관련 규정은 없다. 세부 규정만 없을 뿐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해석해 추진하면 될 수 있는 일을 방송사의 기술문제로 떠넘겨 오거나 전혀 문제 인식 혹은 개선의 의지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간담회에 선관위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정됐지만,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윤호중 원내대표에 따르면 선관위는 후보자의 화면이 작아져 선거 정보에 대한 접근권, 시청권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발화자별 수어통역사를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오영환 의원도 전날(9일) 열린 국회 행안위에 참석한 선관위 관계자에게 “TV토론에서 후보자별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선관위는 ‘방송사들이 기술문제로 쉽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대전시장 후보자 토론 당시 여러 명의 수어통역사가 배치된 장면과 해외 사례를 보여주고 나니 그제야 ‘다시 알아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시각, 발달, 지체장애인 등의 참정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국회 정치관계법 심사소위원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이번 선거에서의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위해 여야 의원들은 안건조차 논의를 안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발화자별 수어통역 배치 안건이 국회 정개특위를 통과한 것처럼 말해 참석한 청각장애인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간담회 종료 후 본지(더인디고)가 윤 원내대표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자 의원실 관계자로부터 “잘못 전 달 된 내용”이라며 “다만 11일 열리는 2차 TV토론회에 MBN 등 관련 방송사에 후보자별 수어통역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각 대선 후보는 이달 20일까지 16쪽 이내 책자형 공보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달 말이면 공보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회가 이달 21일과 25일, 그리고 다음 달 2일 등 세 차례 예정돼 있다.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청각장애인 등 장애인 유권자들의 호소가 헛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가 절실해 보인다. 앞으로 선관위 주관 TV토론회에서 후보자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느냐 여부에 선관위, 방송사, 정치권도 자유롭지 못하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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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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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jsrudeh@naver.com'
원경도
1 year ago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방송 화면이 부족하여도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일반인들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수어통역사도 배치가 되지않았다는 소식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다음부턴 수어통역사도 배치해주시고 화면도 더 크게 해서 불편함이 없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