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소송 외면한 법원… ‘선거법 개정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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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단체들이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서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추련 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단체들이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서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추련 제공

  •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그림투표용지 달라차별구제 소송 각하
  • 1심 법원, 선관위의 입법 먼저의견 받아들여
  • 최혜영·이은주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년째 상임위 계류!
  • 장추련 등 선관위·법원 상대 끝까지 싸울 것

[더인디고] 발달장애인들이 선거 기간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그림 투표용지’를 제공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발달장애 당사자인 박경인·임종운 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공직선거에서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원에서 본안 판단 없이 재판 절차를 종료하는 결정이다.

앞서 원고 측은 지난해 1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0일 앞두고 “국가는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등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박경인 씨는 “이제껏 받아본 공보물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글씨가 많고 용어도 어렵고, 갑자기 영어가 나오는가 하면, 내용과는 상관없는 사진이 배치돼 있다. 또 내용을 줄인 공약이나 문법 순서가 바뀌기도 해서 후보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른 나라처럼 쉬운 단어로 자세하게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려주고, 내용과 연결된 사진이나 그림, 색깔을 넣어 만든다면 후보자의 공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송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실제, 공직선거법 157조 6항에 따르면 시각·신체 장애로 직접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가족이나 직접 지명한 2명을 동반해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에 발달장애인 내용은 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지침으로 발달장애인의 투표를 보조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먼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것”과 “법원이 구제 조치를 명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고 당사자인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가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추련 제공
▲원고 당사자인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가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추련 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 등은 이 같은 판결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을 비판하며 판결 불복을 시사했다.

박경인 씨는 “투표장에서는 이 사회의 시민이 아닌 것 같았다”며 “이해하기 쉽게 선거공보물을 만드는 게 어려운 건가? 우리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원고대리인 김윤진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선관위는 재판 내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은 공감한다’면서도 ‘▲후보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자료를 강요하는 것은 전달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안된다, ▲그림투표용지는 투표 결과가 외모에 따라 결정되면 안 되기 때문에 안 된다, ▲컬러 프린트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선 안 되는 이유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은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사법부는 행정부의 재량이라 하고, 행정부는 입법부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고, 입법부는 자신들에게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선 지난 2021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선관위가 장애인 권리 보장 대책을 마련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법원과도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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