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장애시민, 정책공약에 의한 공약을 위한 정치

0
156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오늘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9일 남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는 선거가 예고되자마자 진작에 결정된 터지만 어느 쪽도 안심할 수 없는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윤 두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그 틈새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라는 회심의 비수를 꺼내 들면서 대선 구도는 요동치고 있으며 이-윤 두 후보의 네거티브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지지도는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대선은 이미 양당 체제를 구축한 두 정당이 함량 미달의 두 후보를 내세워 정책적 비전 없이 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끝내는 보기 드문 선거가 될 여지가 많아 심란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것도 없다. 우리는 이미 온갖 독재 대통령을 겪었고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도 있으니 어지간한 정치적 혼란은 견딜 수 있는 맷집은 키워두었으니 말이다.

아무려나 내 관심은 두 정당의 장애인 정책이었고, 혼란 속에서도 어김없이 공약은 발표되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1월 19일 ① 장애인 이동권 확대, ② 개인예산제 도입, ③ 4차 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직업훈련 강화, ④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⑤ 발달장애 영유아 재활치료 건강보험 지원 확대 등 다섯 가지 공약을,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① 장애인이 결정하는 정책과 서비스, ②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장애인 정책, ③ 장애인 소득 보장 및 일자리 교육 기회 확대, ④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⑤ 성별 연령 이유로 모든 장애인이 이중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 ⑥ 발달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등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공약 특징이 분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주로 전달체계의 변화를 통해 복지 시스템의 개선과 발달 및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를 통해 돌봄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동권과 직업훈련 강화 등 물리적 환경 개선으로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공약을 설계했다. 물론 두 후보의 공약 모두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4년 전 대선에서도 ‘수요자 중심 맞춤형 지원’으로 전달체계 변화를 공약했지만 대체 뭘 맞추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이동권이야 제도만 무성할뿐 도대체 해결되지 않는 영원한 과제이니 말이다. 굳이 긍정적으로 구분하자면 이재명 후보 측의 전달체계의 전환은 기왕의 복지서비스 제공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서비스의 대상과 지원의 폭을 넓히는 방식이라면, 윤석열 측의 환경 개선은 기존의 대상과 지원 폭은 그대로 두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새롭고 쉬운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그럭저럭 구분은 할 수 있겠다.

특히 눈에 띄는 공약은 이재명 후보의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와 윤석열 후보의 개인예산제를 통한 복지서비스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물론 무엇을 얼마나 개선하고 확대하며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해서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가 설명이 없어 딱히 그 속내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비장애인 가구와 점점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장애인 가구의 소득 문제를 장애인연금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소비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도 없는 상황에서 개인예산제는 자칫 유사서비스기관들만 득세해 그나마 있는 복지서비스의 공공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민과 대책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하기야 소위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공약들이니 우매한 서생의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자.

그동안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장애인 정책공약은 비교적 간명하다. 간명하다는 의미는 기존의 복지서비스 대상을 늘리거나 또는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 그러니까 뻔한 틀거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고,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제 장애시민을 정책의 수혜자로 설정해 제공자 중심으로의 설계는 공식화된 느낌이다.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온갖 제공기관들의 난립은 뻔할테고 당사자들은 마땅한 서비스를 찾아 유랑하며 판정대 위에서 구걸하다 지쳐 포기하는 방식으로 점점 고착화 되고 있으니 이 놈의 복지국가에서 ‘장애를 가진 시민’으로 살아내기도 참, 버겁다.

선거, 특히 공약을 통해 장애인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미리 접어 둬야 가슴앓이라도 덜 수 있겠다. ‘장애인의 일상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하겠다’고 공약한들 믿을 리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쯤은 안다.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과 등등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는 매 끼니마다 고깃국에 쌀밥 말아먹는 식의 윤택한 삶으로의 희구가 아니라 그야말로 평범한 일상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출입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일상이 아니라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고, 버스를 탈지 택시를 탈지를 고를 수 있는 삶 말이다. 그런 삶을 대체 어떤 대선후보가 공약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대선후보들이 대체 어떤 공약을 발표할지 기웃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장애를 가진 시민’으로 부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간절함 때문인데, 이 간절함은 번번히 배신 당하기 일쑤다. 이번 선거는 누구에게 투표하든 장애시민 입장에서는 무용하고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최악 중에 최선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두 후보에게 부탁 하나 하자.

발표된 장애인 정책공약 모두 우리 삶에 다 필요한 조건들인데, 장애인 정책이나마 누가 되든 전부 이행하기로 정책적 깜부라도 맺기를… 물론 헛된 희망임을 안다. 그러니 누가 되든 약속한 정책이나마 실천하기를 바랄 뿐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승인
알림
6631245f8910c@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