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D 국가심의 앞두고 인권위 ‘독립보고서’ 先공개… 장애계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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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인권위원회 제2·3차 독립보고서 초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토론회 참석자
▲인권위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인권위원회 제2·3차 독립보고서 초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토론회 참석자
  • 8.24~25. 제네바에서 한국정부 CRPD 이행 심의 예정
  • ‘14년 1차 이어 8년 만에 2·3차 병합 심의
  • 인권위, 현실적인 한계에도 18개 조문·28개 쟁점·59개 권고
  • 장애계 “누락·유엔 기준 미흡·이해관계를 고려한 착한 보고서”
  • 작성 중인 국가·민간보고서, 윤 정부 5년 정책 개발에 “도움”
  • 비판 대신 장애계 권고안, 민간보고서에 담으면 될 일

[더인디고 조성민]

대한민국 정부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심의 일정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보고서’ 초안을 작성, 장애계 의견 청취에 나섰다.

인권위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국가인권위원회 제2·3차 독립보고서 초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존 국가보고서에 대한 의견표명에 앞서 독립보고서초안 공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위원회)는 오는 8월 15일부터 9월 9일까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등을 대상으로 제27차 심의를 개최한다. 공교롭게도 아시아 지역 중심 국가들이다 보니 각국의 장애인 인권상황 비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열리는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는 지난 2014년 첫 심의에 이어 8년 만이라 장애계와 정부 측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제2·3차 병합심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해 2019년 3월 국가보고서(‘11~’18)를 제출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지금까지 미뤄졌다.

오는 8월 심의를 앞두고, 권고사항이지만 심의대상 국가는 늦어도 심의 시작 3주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제출 기간까지 길어야 두 달 남은 셈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이 기간 안에 기존 국가보고서를 보완해야 한다. 보고서 제출 이후 지난 3년 동안 제도적, 정책적 변화 등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계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협약 이행 여부에 대해 국제 기준과 근거에 기반한 민간보고서 작성하는 것은 다양한 장애인단체들의 몫이다. 그런 만큼 이번 인권위의 ‘독립보고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인권위가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협약의 이행을 위한 정책 방향을 직간접적으로 제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 장애계, 학계, 법조계 중심의 전문가그룹조직협약 18개 조문 중심의 28개 쟁점, 59개 권고안 제시

독립보고서는 지난 2019년 국가보고서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표명’이 1차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여기에 장애계, 학계, 법조계 관계자 중심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그동안 반복 제기된 진정 또는 장애인단체 등이 제기한 인권문제,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정신적 장애인과 장애여성 등의 이슈 등을 쟁점목록으로 선정해 초안을 작성했다.

인권위는 이날 공개토론회서 협약 본문 50개 조문 중 18개 조문(제4조~제33조)을 선정, 28개 쟁점에 대해 총 59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해당 조문과 쟁점을 살펴보면 ▲제4조 일반의무(장애등급제 및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장애인복지법 15조 개정) ▲제5조 평등 및 비차별(법원의 권리구제 및 법무부 시정명령) ▲제6조 장애여성(다중 복합적 차별해소) ▲제8조 인식제고 ▲제9조 접근성(각종 대중교통·공공시설·정보접근성) ▲제11조 위기와 인도적 차원의 비상사태(재난위험 감소 계획과 접근성) ▲제12조 법 앞의 동등한 인정(조력의사결정으로의 전환 노력) ▲제13조 사법에 대한 접근(장차법 26조의 효과적 이행·장애인 사업지원 가이드라인의 법적 구속력 여부) ▲제14조 신체의 자유(비자의 입원 심사기관 및 절차개편·보호의무자 입원제도 폐지) ▲제15조 고문 등으로부터의 자유(강제치료) ▲제16조 착취·폭력·학대로부터의 자유(장애인학대사례 조사와 피해자보호) ▲제19조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의 참여(탈시설 전략 및 방안·활동지원서비스) ▲제21조 의사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 보장(점자기본법과 한국수화언어법·방송 및 온라인 접근성·공공정보) ▲제24조 교육(통합교육 정책의 실효성 제고) ▲재25조 건강(의료접근성) ▲제27조 노동과 고용(자격제한, 최저임금적용제외·보호작업장·의무고용할당제와 장애여성 고용증진 노력) ▲제29조 정치 및 공적 생활 참여(선거권,피선거권보장) ▲제33조 국내적 이행 및 감독(장애인정책조정위 및 인권위) 등으로 요약된다.

장애인단체 활동가, 학계, 법조계 관계자, 독립보고서에 냉담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독립보고서에 대해 대체로 “아쉬움”과 “한계 투성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토론자들은 인권위가 주요한 쟁점과 권고안 등을 잘 제시했다면서도, 국제적 인권 기준, 특히 협약의 정신에 맞는 현실 진단에서부터 권고 등을 충분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인권위원회 제2·3차 독립보고서 초안 공개토론회 토론참석자 /사진=유튜브 캡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인권위원회 제2·3차 독립보고서 초안 공개토론회 토론참석자 /사진=유튜브 캡처

이날 토론자로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김혜영 사무총장,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 장애인법연구회 간사인 류다솔 변호사, 성인자폐 당사자 자조모임 에스타스(estas)의 공동조정자인 인하대학교 윤은호 교수, 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 사무총장인 권오용 변호사가 나섰다.

먼저 김혜영 사무총장은 독립보고서에 대해 “장애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또 정책 전반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을 기초한 장애여성 관련 통계조차 없이 일반적으로 서술했다”면서 “권고안에 장애친화병원 설치 및 확충, 임신 출산 과정의 의료 비용과 홈헬퍼서비스 지원, 노동권 확보, 의무고용률 50% 할당제 도입, 폭력피해 장애여성 통합상담소 및 쉼터, 자립지원 체험홈 설치, 쉼터 이후 자립 생활 훈련 및 자립 생활 도모, 평생교육원 설치 등을 담아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한별 사무국장의 평가는 더 냉정했다. 최 국장은 “독립보고서가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를 대변한 듯 ‘착한보고서’로 보인다”며 “오로지 유엔 인권 기준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탈시설에 대해 협약 제19조와 이와 관련한 일반논평 5호나 유럽의 탈시설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목적과 방향 등이 적절하지 않은데도, 이를 ‘긍정’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예를 들면, 로드맵은 2041년에도 여전히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시설거주 인정, 소규모 시설로 규정한 체험홈·그룹홈 등을 ‘자립 주거 형태’로 인정하는 등 공동생활가정 형태가 잘 운영되면 탈시설의 일환인 것으로 오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국장은 또한 “노동권, 이동권 등 다양한 유엔 기준이 ‘한국 현실엔 맞지 않다’며,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독립보고서 기조는 적절하지 않다”며 “모두가 만족하는 보고서는 결국 권력이 만족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기에 인권의 기준을 단호히 제시하는 보고서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요한 쟁점임에도 누락된 조문, 정신적 장애인 인권, 유엔권리위원회의 1차 권고 등을 충분히 담지 못해

류다솔 변호사도 “국가보고서에서 다룬 제7조(장애아동)와 제23조(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등의 조문 누락뿐 아니라 인권위 인력 확충, 독립성 강화를 위한 조치 방안, 법무부가 위원회로부터 통보받은 장애 관련 진정사건과 기타 진정사건의 비율 및 진정 사유 등 인권위와 관련된 내용 보고도 누락됐다”고 지적하며, “그 밖에도 소수장애인, 기후위기와 장애, 성소수자 장애인 주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은호 교수는 “제9조 접근권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BF 인증제도’에 자폐당사자가 제외된 점, 제19조 고도의 서비스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이나 저인지 자폐당사자에 대한 자폐 친화적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사자 혹은 부모의 시설 수용만을 강조하고 있는 실태를 보고할 필요가 있다”며 “활동지원사 완전 재편과 부모 또는 종교단체 등의 미인가 시설에 대한 언급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용 사무총장도 “제5조와 12조에 장애를 이유로 한 성년후견제도와 비자발적인 치료·입원 등에서의 의사결정지원 제도를 마련할 것과 자유롭고 자발적인 본인의 동의에 따른 입원, 그리고 제13조에는 심리사회 장애인에 대해 수사단계에서 국선 변호나 소송지원 등이 제공되지 않는 점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협약 제14조와 관련해 강제치료 등은 WHO가 일관되게 금지하는 원칙임에도 독립보고서에서는 행정입원 등의 관행을 그대로 용인하는 듯한 해석이 담긴 점, 이어 제19조에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정신의료기관이나 요양원에 장기입원 되는 실태 반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정 토론 이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김소영 선임은 “선택의정서 비준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유엔권리위원회로부터 재권고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여전히 국회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인권위가 ‘환영’이라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여전히 의료적 개념을 반영한 장애인복지법 폐지와 더불어 사회적 개념이 담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5조 ‘보편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제7조 장애아동, 그리고 제19조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주택, 소득 등 전반적인 서비스 문제에 대해 다뤄야 함에도 이러한 내용이 누락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인권위 독립보고서 선 공개에 논란 자초… 각각의 보고서 의미와 역할 재검토 필요

이에 대해 인권위 안은자 장애인차별조사1과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토론회의 지적 사항에 대해 “쟁점목록 선정 등 전문가그룹의 의견수렴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는 유엔권리위원회의 글자 수 제한(10,700단어 이하), 또 내용적으로는 많은 국가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 등을 고려해 권고안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시기적으로는 국가보고서 보완 이후 작성하면 좋았지만, 제출 기한 등을 염두에 두다 보니 인권위가 먼저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토론회에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이른 시일 내 누락된 부분 중심으로 보완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 독립보고서에 대한 장애계의 비판적 반응에 대해 장애계 관계자는 “각각의 보고서에 대한 의미와 역할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인권위의 독립보고서는 국가보고서와 민간보고서를 참조, 유엔 위원들이 당사국의 상황에 대한 중립적 의견을 참조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함에도 선제적으로 작성·공개함으로써 혼란을 자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토론자를 비롯한 장애계 관계자들은 당연히 인권적 기준에 따라 독립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국내 이슈 기준으로 지원의 양적 증가를 요구하는 등의 권고안을 제안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한계가 분명한 모니터링 기관의 독립보고서를 비판할 게 아니라 민간보고서에 각자의 요구안을 담으면 될 일”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가보고서 보완·수정작업을 위해 각 관련 부처에 자료요청 등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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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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