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발굴’로 또 부산 떠는 정부… “빈곤과 싸우는 국가” 희망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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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열린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7주기에서 한 참석자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지난 2월 25일 열린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7주기에서 한 참석자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 ‘수원 세 모녀 사건’에 여전히 ‘발굴’이 대책?
  • 윤 대통령, ‘특단의 조치’… 전화·소재 파악하면 해결되나!
  • 복지부·경기도 7월부터 14만명, 선제적 발굴하겠다더니…
  • 돌봄·병원비·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등 특단의 조치 내놔야!

[더인디고 조성민]

암과 난치병 등 가족 모두가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다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이 알려지자, 정부와 관계 기관 등이 원인과 대책을 놓고 분주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래 봐야 발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오전 보건복지부 조규홍 제1차관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현행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이날(2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긴급 관계부처회의’에서는 “연락처가 없는 주거지 미상인 취약계층을 발굴 및 지원하기 위해 위기가구의 소재나 위치 파악이 안 될 경우 경찰청 등이 실종자나 가출자에 준해 소재를 파악해 지원하는 방안”도 나왔다.

수원 세 모녀 사건 막는 특단의 조치’… 발굴의 범주에서 맴돌아

수원 세 모녀의 경우 지금까지 ▲지자체 공무원이 방문 시 주민등록상 주소에 거주하지 않았고, ▲상담 또는 복지급여를 신청한 내역이 없어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도 확보되지 않아 추가적인 발굴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비롯한 ‘특단의 조치’라는 의견이다.

복지부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복지급여 신청·상담 내역이 없고, 전입 미신고 등으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취약가구를 찾아내기 위해선 해당 가구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며, 이어 “지난해 9월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과 함께 ‘복지멤버십’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국민이 제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금성 급여를 안내했음에도 신청하지 않는 65세 이상 노인 단독가구나 중증 장애인 가구 등 정보취약계층을 중점적으로 발굴해 복지멤버십 사전 가입을 독려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경기도, 7월부터 14만 명 선제적 발굴 나섰지만?

보건복지부와 경기도는 공교롭게도 지난달 중순 ‘여름철 무더위와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복지 사각지대 등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널리 알린 바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업무절차. 보건복지부
▲빅데이터를 활용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업무절차. 보건복지부

특히, 복지부는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등 34종의 입수정보를 분석해 경제적 위기 가능성이 높은 14만 명을 선별해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경기도도 “소득 상실과 금융 연체, 은둔·고립 위험의 중장년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해 7월부터 ‘사각지대 발굴‧지원 합동협의체(TF)’를 운영한다”며 “복지부 34종 위기 징후 정보에 기반한 빅데이터로 선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선제적 발굴을 위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스스로 갇혔다.

현행 체계는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의료비과다지출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분석하되, 이중 상위 2~3%의 고위험군을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밝힌 14만 명 안에 ‘수원 세 모녀’는 없었던 것. 수원 세 모녀는 정부의 빅데이터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상 건강보험료 연체’ 단독 변수 보유자로, 중앙 복지 위기 가구 발굴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발굴대신 돌봄과 병원비, 부양의무제 기준 완전 폐지 등 사회보장제도 선행돼야!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 등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24일 추모성명을 통해 “‘발굴이라는 우문을 넘어 빈곤을 만드는 구조를 질문할 때라고 꼬집었다.

빈곤사회연대는 “정부는 ‘발굴’의 사회복지통합전산망에 정보의 개수만 늘려왔다”고 전제한 뒤, “발굴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로 지원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나, 몇 개의 체납정보 합이 ‘누구의 빈곤이 더 심각한가’를 밝히는 기제가 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현실은 은폐된다”며,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보건복지부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발굴한 취약계층의 숫자는 21만 명이다. 하지만 긴급복지 및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연결된 경우는 고작 1.64%인 3천 444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원 세 모녀의 삶을 빗대 “죽음보다 가난이 두려운 사회에서 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구조신호를 안 보낸 것이 아니라 주민센터 등을 찾을 때마다 복지제도가 없는 현실에서 오는 좌절과 모욕의 경험 때문”이라며, “결국 국가와 사회의 역량 안에서 ‘가능한 최대로’ 발휘되어야 한다는 목표의 전환이 없다면,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가난한 이들을 고리의 대출로 꾀어내는 약탈적 금융과 장애인 혹은 아픈 이들에게 버거운 병원비와 돌봄 문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기준중위소득 대폭 인상과 같은 당면 과제와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직격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간담회 의견을 토대로 행정안전부, 경찰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개인정보연계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개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오는 26일 시도 복지국장 간담회를 통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집중 발굴, 적시에 지원할 방안을 협의한다.

이번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뿐 아니라 연이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 등을 막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등이 나올지, 아니면 발굴의 범주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죽음의 소식만 들어야 할지는 윤석열 정부 5년에 달렸다.

[더인디고 jsm@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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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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