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의 컬처 토크] 춤추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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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달이 달을 춤춘다’의 한 장면 /사진=박봉주(한국장애인무용협회)
▲작품 ‘달이 달을 춤춘다’의 한 장면 /사진=박봉주(한국장애인무용협회)

  • 장애인무용제, 2022 라라美댄스페스티발

[더인디고=차미경 편집위원]

차미경 편집위원
▲차미경 더인디고 편집위원

‘장애인도 춤출 수 있다!’ 이 당연한 말은 우리 사회에선 아직 그리 당연하지 않다. 장애인이 춤을 추는 것은 흥미로운 묘기 정도로 취급되거나 치료와 재활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여전히 더 많다. 장애인의 춤은 그래서 예술로서의 또 다른 몸짓이기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애 극복으로 그려지거나 춤을 추는 무용수 개인의 이름보다 ‘무용하는 장애인’으로 뭉뚱그려 표현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런 척박한 인식의 불모지에서 예술로서의 장애인 무용을 뿌리내리게 하는 데 힘써 온 땀과 노력이 있다. 한국장애인무용협회가 주관하는 라라美댄스페스티발이 그중 하나인데 새로운 예술로서의 신선한 춤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올해로 세 번째 축제를 이어왔다. 첫해에는 발달장애인, 두 번째 해는 시각 및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무용단을 중심으로 개최했는데 앞으로 특정 장애 유형을 중심으로 각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 무용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2022 라라美댄스페스티발은 지난 9월 3일과 4일 ‘사람, 춤으로 숲을 이루다’라는 주제 아래 펼쳐졌으며 한국파릇하우스와 룩스빛아트컴퍼니, 케인앤무브먼트 등 총 11여 개의 예술단체가 참여해 <달이 달을 춤춘다>, <포옹> 등 9개 작품을 선보였고 다양한 분야의 장애예술인들이 참여한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본 축제가 열리기 전 사전축제에서는 ‘지금 여기! 장애인 무용예술교육의 현장’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리기도 했는데 다양한 무용관계자들의 현장 경험과 성과를 통하여 장애 무용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장애인무용제 ‘라라미댄스페스티발’ 포스터(한국장애인무용협회)
▲장애인무용제 ‘라라미댄스페스티발’ 포스터(한국장애인무용협회)

축제 무대에서 춤추는 장애인 무용수들은 저마다 다른 장애를 가지고 각자의 장애 유형에 따라 저마다의 몸짓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그 다른 속도와 다른 몸짓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춤’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대하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서로 다르지만 아름다운 몸짓들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각각의 다른 공연들이 ‘달’이라는 아름다운 하나의 단어로 묶이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경험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파릇하우스의 공연 <달이 달을 춤춘다>를 통해서였다.

달은 그 모양에 따라 초승달, 반달, 보름달이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 똑같은 달이다.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 달이 그러하듯 각자 서로 다른 모습을 ‘다름’으로 아름답게 부르며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람으로 담은 그들의 몸짓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서툰 듯 노련하지 않고 어쩌면 엉성한 듯 세련되지 못한 몸짓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심’이 묵직하게 가슴에 와서 닿을 때의 그 뭉클함은 그 어떤 춤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들만의 몸짓이었다.

요즘 아이돌의 화려하고 세련된 칼군무에 익숙한 우리 조카의 눈에는 다소 낯설어 보였을 장애인 무용수들의 춤은 어떻게 보였을까. 공연에 함께 갔던 조카에게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더니 조카는 아주 당연한 듯 대답했다. 굳이 칼군무 아니어도 속도가 서로 달라도 그 몸짓 역시 무용의 일부 아니겠느냐고.

바로 그것이었다. 달라서 더 아름다운, 다르니까 새로운 몸짓. 그게 춤이다. 더 당당하고 당연하게 또 다른 표현으로서의 장애인 무용을 더 많이 보여줄 기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다양한 달의 모습을 늘 새롭고도 신비롭게 바라보듯 우리의 시선과 예술적 감수성도 그렇게 될 것이다.

춤출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공연 중 한 장애인 무용수가 어눌한 말투지만 아주 분명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이 얼마나 울컥하던지.

‘장애인도 춤출 수 있다’고 더 이상 능력을 증명해 보이거나 특별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못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하는 것이니까.

장애인 무용이 더 이상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애 극복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예술이라고 당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그런 날,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거리마다 어디서든 춤판을 벌이는 장애인 춤꾼들의 신명 나는 몸짓을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그런 날이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 열심히 춤추는 장애인 춤꾼들의 ‘춤바람’이 더 신바람나게 이어지면 좋겠다. 내년에 더 신나는 춤판, 라라미페스티벌을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라디오 방송과 칼럼을 쓰고 인권 강의를 하면서 나름의 목소리로 세상에 말을 걸어왔습니다. ‘easy like Sunday morning...’ 이 노래 가사처럼 기왕이면 일요일 아침처럼 편안하게 문화를 통한 장애 이야기로 말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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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kook123@naver.com'
김열국
1 year ago

그들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몸의 표현일 뿐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과 미를 표현해낸것이다. 저런 페스티벌을 보게되는 우리는 그들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멋있다고 한 마디씩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