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11] ② 편혜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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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충남지부 보령지회 소속 편혜선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충남지부 보령지회 소속 편혜선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더인디고] 충남장애인부모회보령지회 회원이자 주간활동센터 이용자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들이 어릴 때 세상을 등진 후 혼자 양육하며 정말 힘든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주간활동센터를 이용하며 암흑 같은 삶 속에서 평생 보이지 않는 터널 밖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간활동센터 이용마저 없었다면, 앞을 보지 못한 채 현재만 보며 살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큰 고민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육아의 무거움입니다. 아이는 벌써 고등학교 2학년, 내년이면 고3입니다. 비장애인 고3 학생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진로를 선택하는 과도기 속에 바쁜 일상을 살고 있으나, 우리 아이는 현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육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전 아이를 키웠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 고집을 부리면서 본인도 알 수 없는 생각을 주장하면 전 밤새워야 하는 일이 마치 일상이었습니다.

그나마 주간활동센터 선생님이 아이 키우는 방법도 알려주고,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센터에서 친구들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없는 세상에 아이는 분명 혼자 살아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도 끔찍하고 무서워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나의 힘으로 나의 노력으로는 정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렇게 용기 내어 이곳에 와서 작은 소리를 내어 봅니다.

힘없고 약한 우리 모자를 위해서 엄마와 아들의 긴 삶의 방향을 알려달라고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 어디인지를 가르쳐 주시면, 저와 아들은 그곳을 찾아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습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우리의 목적지를 위해서 우리에 힘으로 노력하겠으니, 제발 우리 길을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하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무조건 해달라고가 아니고, 우리도 살기 위해서 노력 중이니, 없는 길을 만들어 주시면 그 멀고 험한 길을 저와 아들이 뛰어서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 걸어갈 수 있도록 기회만이라도 주시기를 간곡히 소망합니다.

제가 없어도 아이가 이 무서운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인 것을 알고, 그 아이 혼자서도 최선을 다해 진행할 수 있게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 없는 세상에서도 자유 있음을 알려주시고 타인이 아닌 자기 삶을 아들에게 선물해 주세요.

아이와 밝게 밝혀진 길을 나란히 걸어가 보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실현해 주세요. 내가 없는 세상에 아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해주세요.

2022년 10월 25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11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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