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장애인들의 독립생활(Living independently), 국가마다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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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장애인들의 독립생활(Living independently), 국가별 천차만별...
▲EUROPEAN DISABILITY FORUM 홈페이지 갈무리
  • 개인의 독립생활은 활동조력이 우선… 지원체계 필요성 대두
  • 벨기에, 활동조력 ‘개인예산제’로 지원… 눈여겨 봐야
  • 슬로베니아·그리스 등 여전히 장애인 독립생활 이제 걸음마 단계
  •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삶, 개인과 체계가 발맞춰야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장애인의 탈시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장애청년들의 독립생활이 장애인의 권리의 초석이라고 보고 소위 “독립생활운동”이 사회 전반에 점차 확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회의 장애인 독립생활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정책적 지원, 국가간 지원제도 연계 제약 등 수많은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8월, 유럽장애포럼 홈페이지에 기재된 “독립생활: 유럽 장애 청년들의 이야기(Living independently: stories of young people with disabilities in Europe)”는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서 사는 장애청년들의 독립생활 사례를 전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변화와 국가간 정책연계나 이동권의 문제 등을 두루 짚고 있다.

개인예산제도를 통해 활동조력 지원하는 벨기에

벨기에에 사는 척추장애를 가진 27살 청년 A는 부상 후 “의료나 심리 지원, 재활 등의 서비스를 받았다”면서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척수장애인으로 생활하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신을 조력하는데 더 적합한 사람을 고용하기 시작했지만, 지원예산이 없어 자신의 수입으로 조달했지만 범위는 한정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개인예산을 통한 정부 지원으로 활동조력자를 고용할 수 있는 완전한 통제권을 얻었다는 것이다.

A는 이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등 스스로 삶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얻었으며, 자신을 지원하는 활동조력자들 또한 상당한 임금을 받으며 그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A는 이 예산지원이 없었다면, 자립할 수 없으며 결국 시설에서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를 선택할 자유를 가져야 하며, 활동지원인을 고용하기 위한 예산에 접근할 수 있는 등 완전히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불충분한 개인지원으로 독립생활 어려운 스페인

스페인에 사는 전동휠체어 사용자 B는 독립적 삶을 위해서는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하며, 일주일 동안 세 명 이상의 고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가 제공하는 활동지원시간은 하루에 2~3시간(주말이 아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이 고작이라며, 결국 나머지 시간은 당사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장애인이 활동지원사를 고용할 만큼 고액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B는 수입의 대부분을 활동조력자의 고용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장애청년의 독립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활동조력지원 가능하지만 점점 삭감되는 이탈리아

33세 때인 2003년부터 독립생활을 시작했다는 이탈리아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C는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의 재정지원과 기부로 활동조력자를 고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후 2010년에는 물리적 접근이 가능한 아파트를 임대해 활동지원사와 독립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12명의 지원인력들이 번갈아 자신의 일상을 지원하고 있다는 C의 소득은 주로 20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한 노령연금과 수당, 지역에서 지급하는 자립생활기여금 등이다. 하지만 지원은 점차 삭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에 사는 장애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빈곤이며, 독립적 삶을 기반으로 한 가치관 정립이다. 실제로 복지담당자들은 자신의 자기결정보다 국가의 복지전략으로 지원하기를 더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EU 국가별 장벽으로 독립생활 지원 사각지대 존재

슬로베니아에 사는 다발성 경화증 보행 장애를 가진 D는 출신국(프랑스)과 거주국(슬로베니아)에서 제공하는 사회적 지원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양국 모두에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면서 독립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슬로베니아 직업소개소에 등록할 때 자신의 장애를 인정받았지만, 장애, 나이, 슬로베니아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고 절망했다. 프랑스는 장애인 노동자로서의 지위는 인정하고는 있지만 슬로베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국민에게는 재정적 도움은 전혀 없다는 D는 자신의 일상은 남편의 조력으로 유지되며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권리는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제 독립생활운동 첫걸음 뗀 그리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리스에서는 장애운동에서 독립생활, 개인지원, 탈시설화 등의 용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E는 그리스의 장애인들은 독립생활을 위해 싸우지 않았고, UN CRPD와 같은 국제적인 장애이슈를 인터넷을 접하면서 비로소 장애인의 독립생활운동, 장애인 당사자단체, 인권보장 등 이슈들이 다뤄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2014년 말, 5명의 장애인과 함께 ENIL Freedom Drive 2013에 참가하고 IL철학을 배운 후, 그리스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생활 기관인 i-living을 공동 설립하였다는 E는 여전히 그리스에서 장애인의 독립생활은 실천이 아닌 논의 대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그리스는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새롭게 정립할 역사적 기회지만, 여전히 수많은 도전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면서 그때까지 운이 좋은 사람들은 계속 가족과 함께 지낼 것이고, 운이 나쁜 사람들은 시설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아티아의 인적지원과 이탈리아의 공적지원

2010년 크로아티아 수도의 한 학교의 기숙사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는 시각장애인 F는 기숙사 식당에는 종업원이 메뉴판을 읽어주고 선택한 음식을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석사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이주한 F는 식당, 강의실, 쇼핑, 공부나 독서 자료의 디지털 콘텐츠 제공 등의 지원을 받았다고 말한다. 마드리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룸메이트와 함께 아파트에 살았고 접근가능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 현재 F는 자그레브에 있는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으며 배달음식을 먹고, 슈퍼마켓에 들러 직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쇼핑도 하면서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유럽의 장애인 독립생활의 개념은 현재 우리나라 장애계를 중심으로 IL센터 활동을 기반으로 개념화되어 자리잡은 자립생활과는 차이가 있어보인다. 소위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개인의 독립생활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리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은 여전히 그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듯하다. 지역사회에 장애인의 삶이 제대로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은 개인의 일상에 체계의 지원이 더함으로써 비로소 실현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https://www.edf-feph.org/blog/living-independently-stories-of-young-people-with-disabilities-in-europe/ 출처이며, 이를 더인디고가 재구성함.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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