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해고’된 시각장애당사자, 인권위에 ‘장애차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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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해고’된 시각장애당사자, 인권위에 ‘장애차별’ 진정
▲최근 장애당사자들이 장애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해고'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더인디고 편집
  • 시각장애인복지관, 당사자 ‘부당해고’ 논란
  • 업무평가로 ‘해고’ 정당… ‘정당한 편의제공’ 없는 업무평가 되려 장애차별
  • 장애 관련 기관, 비장애중심 업무환경…당사자 적응 어려워
  • 기관이나 단체에서 불거지는 장애당사자 ‘해고’… 인권위 진정 이어져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시각장애 1급인 조영규(만 32세, 1990년생)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 지난 2022년 7월 복지관의 지역사회지원팀 팀원으로 입사해 수습기간을 거치던 중 8월 말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조 씨는 복지관의 조치가 부당해고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 씨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복지관 측은 “명확한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후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업무 태도 및 업무 능력이 없다’는 복지관 측의 주장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복지관은 “수습기간이니 만큼”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씨는 입사 후 “수습 과정에서 행한 업무평가 내용 등은 따로 고지받지 못했으며, 설사 자체적으로 평가했더라도 규정된 수습기간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해 해고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씨는 자신의 해고는 복지관 측에서 장애인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할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편의제공’이란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된 장애인의 권리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없음에도 이를 거부하면 장애로 인한 차별이다.

복지관 측은 조 씨의 중증시각장애를 인지한 상황에서 채용을 결정했고, 면접 당시 ‘근로지원인’ 이용을 약속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근로지원인을 지원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관련 예산 소진으로 조 씨는 근로지원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 즉, 조 씨가 복지관에 근무하는 약 두 달간의 수습기간 동안 ‘정당한 편의제공’인 근로지원인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의 업무평가는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복지관은 현재 시각장애인용 스크린 리더조차 활용할 수 없는 사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조 씨의 웹접근이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상담일지, 회의록, 업무일지, 서면결재 등의 업무절차는 시각장애를 가진 근로자에게 주변의 조력을 요구해야 하는 비장애중심 업무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로지원인 등 정당한 조력지원 없었던 수습기간 동안의 업무평가가 정당한지 여부다. 조 씨는 복지관에서 규정한 수습기간인 3개월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었고, 종이서류 중심의 업무 절차나 웹접근성 등 업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과된 업무에 대한 평가는 당사자의 능력이 과소평가되는 등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 씨는 업무 과정에서 복지관 측에 상담일지, 회의록, 업무일지, 서면결재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되려 관장은 확대기나 확대경을 통해 업무를 행할 수 없냐면서 조 씨의 시력 여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해 모욕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 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복지관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복지관 측은 “당사자와 원만히 처리되었다”는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장애계의 한 인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는 복지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황당하다”면서 저간의 사정을 비춰볼 때 “전형적인 비장애중심적 업무환경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통해 개선되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대신에 해고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 관련 기관이나 장애인단체 등에서 근무하던 장애인 근로자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장애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인한 자진퇴사라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고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개인사정만이 퇴사의 이유겠냐고 반문한다.

최근 한 장애인단체의 퇴사를 결심했다는 한 장애당사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던 때보다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는 게 되려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일반 직장에서는 장애로 인해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면 업무재배치 등의 배려라도 해주지만, 장애 관련 기관이나 장애인단체에서는 오히려 장애를 핑계로 업무회피 한다고 지적받기 일쑤”라는 것이다. “장애 후유로 인한 지각이나 조퇴를 할때에도 비장애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거나 저간의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등 곤란할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또 한 장애당사자는 정작 “자신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려 하지 않으면서 일반기업들에게는 장애인 고용 미흡을 비판한다”면서, “제 얼굴의 티끌은 보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룸센터를 포함한 장애 관련 기관들의 잘 갖춰진 장애인 편의시설을 정작 비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실은 넌센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시각장애인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복지관조차 장애인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업무능력을 이유로 해고를 하는 현실이 착잡하다는 조영규 씨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신의 해고가 ‘장애로 인한 차별’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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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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