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1] ① 조민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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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양천지회 조미정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21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양천지회 조미정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일반초등학교의 통합반에 다니는 11살 된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초등학교라는 집단 생활에 적응하기는 모든 어린이가 힘들지만, 특히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딸에게는 더욱더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으로 교육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통합교육의 모토와 의지는 십분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아이의 학습 능력과 인지 능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일반 반의 일부 교과목 수업은 소중한 학령기에 학습이 이루어질 수 없는 무의미한 시간입니다. 또한 아이에게는 참기 어려운 구속과 압박의 시간이기에 간혹 돌발행동이 발생하여 모두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는 한때 학교라는 집단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부모의 눈을 피해 자기 머리를 뽑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모든 교과목 수업이 제공되어 학교가 아이에게 어려운 곳이 아닌 즐거운 생활공간이 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만, 도움반의 교육 시간은 한정적인 상황입니다. 소중한 학령기에 아이에 맞는 수업이 아닌 인내심 키우기에 머무는 수업이 적지 않은 게 언제나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학교 가기 싫다고 징징대지 않고, 꿋꿋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서진학교가 설립되어 도움반 학생들의 상당수가 그곳으로 전학하여, 학생 수가 줄어 담당 선생님들의 부담이 적어진 상황에서도 이럴진대, 학생 수가 배로 많았던 그전에는 어떠했겠습니까?

여기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 학우들과 도드라지는 발달 차이로 인하여, 친교를 나누며 사회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날이 갈수록 아이를 일반 중고등학교로 진학시키는 것이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일반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오전 수업만 하고 데려와야 하는지 남편과 상의하기도 합니다. 특수학교로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남편과 얘기하면서 항상 나오는 말은, “아이의 학습 능력과 인지 능력에 맞는 학급 구성과 수업이 많은 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입니다. 교육 현장의 당사자분들에게는 너무 이상적으로만 들릴 수 있겠지만, 발달장애 자녀들에게는 이것이 최선입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며 분투하고 계신 모든 부모님, 지속해 교육당국과 행정당국에 건의하고 청원하여 소중한 자녀가 내실 있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힘을 합칩시다.

지금 학교에서도 통합학급과 도움반에 오가며 일반학생과는 교류가 없는 생활입니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는 지역사회에서는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합니다.

시설에서 제한된 생활이 아니고, 지역사회 속에서 같이 어울리며 살 수 있는 생활을 상상하는 거는 너무 큰 바램인가요?

사회일원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2023년 1월 10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1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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