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고]③ 대학도 장애인 안전 지킴 제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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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기 ⓒ더인디고
▲화재경보기 ⓒ더인디고

[2022 청년포럼 회원]

청년들이 딛고 있는 학교와 일터 혹은 수많은 공간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불편함이나 차별의 경험을 기고한 글이다. 기고자(청년)들은 지난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추진하는 ‘청년행복제안’ 사업에 직접 건의한 내용 등을 다듬어 글로 완성했다. 더인디고와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장애’를 바라보는 청년의 시선과 생각들을 확장하고자 6편을 우선 연재한다.

법에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있습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와 6조에 따르면 국가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을 이용하고, 더 나아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각종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을까요?

저는 청각장애가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기기인 ‘인공와우’를 양쪽 귀에 착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1년 반 동안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2021년 2학기에 처음으로 대학교 기숙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잠을 잘 때, 머리를 감을 때는 ‘인공와우’를 귀에 착용할 수 없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지 않을 때 기숙사에서 안내방송을 하면 들을 수 없습니다. 즉시 대피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비상벨을 들을 수 없어 바로 대피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제가 거주했던 기숙사는 비상벨 오작동이 잦아,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비상벨이 울릴 때가 많았습니다.

2021년 12월 10일을 포함하여 몇 차례 오작동으로 비상벨이 울렸고,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만약 밤에 ‘인공와우’를 빼고 잠이 든 상태에서 불이 나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저는 비상벨을 들을 수 없어 대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모님께서도 걱정하셨고 학교의 ‘학생복지처’에 문의했지만, 장애인실이 아닌 일반실에 입사하였기 때문에 별도의 도움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만 장애인실에 입사한다면 기숙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2022년 1학기에는 장애인실로 입사하였습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기숙사에서 겪는 어려움을 기숙사를 담당하시는 사감님께 직접 말씀드렸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교내 복지 제도로써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제도를 체계적으로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일반실, 장애인실 구분 없이 기숙사에 입사한 장애학생 전체를 위한 구체적인 복지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장애 종류에 따라 겪는 어려움이 모두 다르기에, 학교에서는 기숙사에 입사한 장애 학생 개개인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장애 유형별로 필요한 지원을 해준다면, 기숙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애 학생이 대학교 기숙사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 번째, ‘청각장애인의 경우 위급 상황에서 직접 얼굴을 보고 대피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려줄 수 있는 도우미를 배정’해야 합니다. 청각장애인은 비상벨이 울려도 소리를 듣지 못해 대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시각경보장치가 있어도 밤에 잠든 경우 시각경보장치를 보지 못해 위급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숙사에서 도우미를 배정하여 직접 장애학생의 얼굴을 보고 상황을 알려주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 ‘학생복지처에서 기숙사와 소통하여 기숙사에 입사한 장애 학생들을 위한 복지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제가 겪었던 어려움은 ‘소통의 부재’였습니다. ‘학생복지처’에 여러 번 문의를 드렸고,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기숙사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2022년 1학기 중반에 기숙사를 담당하시는 사감님과 직접 면담을 진행하였고, 저의 상황을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기숙사에 거주하는 장애 학생들에 대한 학생복지처의 복지 개선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0조에는 ‘대학의 장은 장애학생의 교육 및 생활에 관한 지원을 총괄, 담당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해야 하며, 장애학생을 위한 각종 지원,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법은 장애인이 대학교에 잘 적응하고, 원활하게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 학교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유형에는 청각장애뿐만 아니라 시각장애, 지체장애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각 유형의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의 종류와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학교의 장애학생 담당자는 각 학생에게 맞는 도움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학기 초에 기숙사에 입사한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개인 면담을 진행하여 장애 학생별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하여 학생복지처 및 기숙사와의 협력을 통해 각 학생에게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 번째, ‘입사 전 또는 입사 후 일주일 이내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위급한 상황 시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안내’해주어야 합니다. 소방기본법 제17조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화재 발생 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소방안전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장애학생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행동 지침 혹은 매뉴얼을 미리 안내해준다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인 경우 배정된 도우미를 학기 초에 소개해주어 도우미와 장애학생이 서로 얼굴을 확인해야 합니다. 청각장애 학생이 시각경보장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밤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피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조에는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동법 제24조에는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내 장애학생 지원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장애학생이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야 하며,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본 글은 기고자의 익명 요청에 따라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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