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고]② 저시력 장애인에게 ‘편의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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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진열대에 1+1 또는 2+1 상품과 안내표지가 놓여있다. ⓒ더인디고
▲편의점 진열대에 1+1 또는 2+1 상품과 안내표지가 놓여있다. ⓒ더인디고

정보접근성 확보를 통한 소비자 권리보장이 필요합니다

[김소현 서울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재학중]

청년들이 딛고 있는 학교와 일터 혹은 수많은 공간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불편함이나 차별의 경험을 기고한 글이다. 기고자(청년)들은 지난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추진하는 ‘청년행복제안’ 사업에 직접 건의한 내용 등을 다듬어 글로 완성했다. 더인디고와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장애’를 바라보는 청년의 시선과 생각들을 확장하고자 6편을 우선 연재한다.

누구나 친숙하고 편리하게 물건을 사는 곳을 꼽는다면 대표적인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그러나 이곳이 누구에게는 친숙하지도 편리하지도 않은 곳이기도 하다.

편의점에 가면 종종 ‘1+1’, ‘2+1’ 행사 상품이 있고, 가격표 옆쪽에는 관련 행사 안내표지 부착된 것을 볼 수 있다. 비장애인은 행사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전맹뿐 아니라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빛 반사나 빛 퍼짐 등에 취약해 물체 또는 글자를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 가격표는 코팅이 되어 있거나 아크릴판에 넣어져 있어 빛이 반사됨에 따라 확인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행사 문구와 배경 색상 간의 색상 대비가 뚜렷하지 않다면 내용을 인지하기가 더욱 어렵다. 계단 등으로 인해 편의점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차별이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섰더라도 진열된 상품의 가격이나 성분 등을 알 수 없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상품의 글씨가 작아 확인하기 어려운 것 역시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방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하여 2022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6개의 식품 기업과 ‘규제 실증 특례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업 내용으로 제품 포장재에 기재하는 필수적 표시사항의 가독성 향상을 위해 글자 크기(10→12포인트)와 글자 폭(50→90%)을 확대해 제품에 크게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시범사업으로, 6개의 업체의 3개 이하의 제품만 시범사업 대상이기에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향상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오프라인이 어렵다면 온라인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방해 요소는 여전히 많다. 각 편의점 온라인 페이지를 보면 제품별로 분류되어 있지 않고, 검색기능 역시 일부 업체만 가능한 상황이다. 오프라인과 같이 상품 그림과 글씨가 작아서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를 ‘웹접근성’이 낮다고 할 수 있는데, 웹접근성이란 ‘지능정보화기본법’ 제46조에 따라 장애인이나 고령자분들이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웹접근성 준수 고려사항을 살펴보면 실명, 색각 이상, 다양한 형태의 저시력을 포함한 시각장애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웹접근성 준수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유명 편의점 업체 4곳(CU·GS24·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모두 웹접근성 인증은 받지 않은 상태이다.

이같이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 방해는 소비자의 권리와도 이어지게 된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소비자의 기본적 권리) 2호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듯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 또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해결할 방안을 오·온프라인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오프라인의 경우 상품 진열대 행사 안내표 내 QR코드 부착 혹은 음성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또한 어렵다면, 저시력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 큰 글씨 행사안내판 제작과 비치를 제안한다.

온라인의 경우는 행사 상품 제품군별 분류기능 추가, 행사 상품 안내 페이지 내 검색기능 추가하는 것이다. 나아가 빛 반사 및 비슷한 색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상품 이미지 대체 텍스트 제공을 제안한다. 또한, 각 편의점 온라인 페이지는 웹 접근성을 인증받지 않은 상태이기에, 웹접근성 인증도 제안한다.

제안한 모든 것들이 기업 측에서는 추가 비용 발생, 시간 및 인력 낭비 등의 어려움 등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비자가 있기에 그들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저시력 시각장애인들도 한 명 한 명의 소비자로서 동등하게 접근하고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기업체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업 시간에 기억에 남는 내용 중 ‘욕구가 모여 요구가 되고 요구해야 사회문제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한 개인의 불편함에서 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 요구해야만 사회문제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지치지 않는 관심과 노력을 생각해 본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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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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