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6] ① 이순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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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부모연대 경기지부 안양지회 회원(2월 21일 제26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순옥 부모연대 경기지부 안양지회 회원(2월 21일 제26차 화요집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올해 18살 당사자 자녀를 키우는 엄마 이순옥입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이 너무도 커서 저희 부부는 선물과 같은 둘째 아이를 계획했고, 계획보다 이른 출산을 하였지만, 이른둥이임에도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준 작은 아이에게 정말 고마웠습니다.

두 사내아이를 키우는 육아는 전쟁처럼 힘들었지만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을 보며 마냥 행복했습니다. 작은 아이가 15개월 무렵 당시 저는 동갑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품앗이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의 발달지연을 조금 일찍 알 수 있었고 큰아이 육아 때부터 썼던 육아일기를 보며 형과의 발달 정도를 비교했을 때 작은아이의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물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당사자 자녀를 키우는 모든 가정의 경험담이리라 생각됩니다.

조기 치료를 찾아 헤매고, 유행한다는 치료프로그램을 찾아서 다니고, 당시 유행하던 생화학 약물치료도 해보는 등 그야말로 좌충우돌의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는 당시만 하더라도 ‘통합’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 기관이 원하는 원생을 뽑았기에 어린이집 입학 면접을 받아야 했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그 기관의 교육방침을 고려해서 골라서 갔을 텐데 둘째는 처음부터 선택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집과 가깝지도 않은 3곳을 면접 보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고 나올 때마다 부모로서 무너지는 심정은 지금도 마땅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고3이 될 때까지 매년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소위 통합교육을 한다는 학교에 다니며 현실에, 벽에 부딪힌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눈물 한번 안 쏟은 가정은 없겠지요).

학령기를 보내며 제가 경험한 것은 매해 새 학기가 되면 발달장애인에게 맞춰진 시스템이 아닌 국·영·수와 나이스 시스템에 맞춰진 교육의 틀에 아이들을 억지로 꿰맞추는 교육을 경험했습니다. 더불어 원반 담임선생님 복과 도움반 담당 선생님의 인격과 역량에 기대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불안했습니다.

부모연대는 교육권 연대를 통해 발달장애 학생들이 교육권을 끊임없이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단체임을 압니다. 그 결과가 초등학교 때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만나는 선생님들의 소양이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합학교에서 맞춤형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 아이가 그 혜택을 받진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지도록 투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를 보며 벌써 고민이 깊어지는 현실입니다.

24시간 지원체계를 통해 청년이 된 아이의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목소리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함께 연대하며 칠전팔기의 각오로 앞으로도 활동하는 엄마가 되기를 이 자리를 통해 다짐해 봅니다.

–2023년 2월 21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6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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