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학교에 간호사 둬라”… 의료계 ‘우려’ vs 장애계 ‘환영, 미뤄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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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병실을 방문해 환아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병실을 방문해 환아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 대통령 간호사 상주교육 어려움 없어야
  • 일반·특수학교에 의료지원 필요 학생 500여 명
  • 인권위, ’17년에 의료적 지원은 정당한 편의판단
  • 의료계·보건교사, 법 위반 등 우려사실상 반대
  • 부모연대 늦었지만 환영교육권 보장 속도 내야

[더인디고 조성민]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도 간호사 배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실제 정책 추진 여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는 지난 7일 자 단독으로 교육부가 긴급 의료지원이 필요한 중도(重度)장애 학생을 돌볼 간호사를 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학교에서 간호사를 공무원 신분으로 채용하기 위해 관련 법령 검토와 수요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학교에 간호사 공무원 배치, 논의 재촉발

보건교사와는 별도로 간호사 공무원 배치를 통해 의료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특히, 지난달 2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희귀 근육병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하는 어린이의 사연을 들은 후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의료기기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교육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논의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갑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장애계와 당사자들 사이에선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교육부도 문제 인식에 공감해 나름 대책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해관계자 간 의견 차이와 법적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그대로다.

‘16년부터 필요성 제기인권위 지침 권고에도 교육부 계획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9일 배포한 논평에 따르면 이미 2016년 장애학생의 의료적 지원을 포함, 특수학교 장애학생 교육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인권위 역시 2017년 6월 가래흡인 등의 의료적 지원도 ‘정당한 편의’로 학교에서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도록 교육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6년 동안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2019년 9월에야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 현황과 추진 방향을 수립한 정도였다.

당시 교육부가 수립한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 지원계획’에 의하면, 의료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총558명이다. 대부분 특수학교(급)에 재학 중이지만, 일반학급 학생들도 일정비율을 차지했다.

▲ 2029년 기준 장애유형별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 현황. 자료=교육부
▲ 2029년 기준 장애유형별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 현황. 자료=교육부

의료적 지원을 받은 유형을 보면, 경관영양이 2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래흡인(석션) 22.3%, 도뇨관 삽입 7.5%, 그 밖에 인공호흡기, 인공혈관 삽입, 장루 관리 등이 40.4%로 나타났다.

▲ 2029년 기준 의료적 지원 유형별 장애학생 현황. 자료=교육부
▲ 2019년 기준 의료적 지원 유형별 장애학생 현황. 자료=교육부
* 기타. 인공호흡기, 인공혈관 삽입, 장루(인공항문) 관리, 네뷸라이저(호흡기치료기), 욕창, 혈당 체크 등
** 의료적 지원 유형(석션, 경관 영양, 도뇨관 삽입, 기타) 중 2가지 이상의 중복응답 80명 포함

이어 추진방안으로 ‘학교-병원간 협약’ 등을 통해 해당 병원의 간호사가 학교를 방문해 석션 등 의료적 지원을 하되, 2019년 한국우진학교에서 시범운영을 한 후 점차 확대하는 것으로 했다. 또한 특수학교(급)를 중심으로 간호사 면허가 있는 보조인력과 보건교사 배치 등을 확대하는 방향을 수립했다.

하지만 부모연대 조경미 국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계획으로만 있다 보니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수익, 사건 발생 시 책임소재, 법적으로 간호사가 가능한 처치범위 등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상황에서, 학교와 의료기관 등의 자발적인 노력에 내맡겨 온 탓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의료계보건교사 측 우려… “의료법 위반” “학교보건법 이행이 먼저

한편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지원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의료계와 보건교사 측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체로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것’과 간호사 공무원 제도를 채택하기 전에 의사와 보건교사의 역할 등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교사회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학교 현장에는 간호사 면허와 교원자격을 동시에 가진 보건교사가 필수인력으로 있다”고 전제한 뒤, “‘학교보건법(15조의2)’에는 특별한 관리‧보호가 필요한 학생을 위해 보조인력인 간호사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법이 잘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 처방이나 지시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기에, 위법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며 “인공호흡기 등을 착용할 정도의 중증학생이라면, 병원학교에서의 치료와 학습이 적절하다”고 훈수까지 뒀다.

현재까지 의사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의료법위반”과 “간호사 공무원을 배치하더라도 의료적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의약계 언론들 역시, 일제히 오늘 자 기사를 통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전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의협신문과 주간신문 청년의사 등은 “중환자 학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하나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 이제 검토 중”이라며, “학습권도 중요하지만, 안전 문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증장애인 부모, 대통령 빈말 아니라면 책임지고 대책 마련해야!

하지만 일각의 우려나 교육부 차원의 논의가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부산떨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통령이 그냥 내뱉은 말이 아니라면 책임지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모연대는 9일 논평을 통해 “인권위의 권고 이후 토론회와 실태조사 등을 통해 지난 6년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전제한 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중증·중복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 예산지원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며, “부디 이번 윤 대통령의 지시가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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