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0] ① 백주현 씨

0
130
▲백주현(사진 왼쪽) 부모연대 강원지부 원주지회장이 아들 차민겸(오른쪽) 씨와 3월 21일 제30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백주현(사진 왼쪽) 부모연대 강원지부 원주지회장이 아들 차민겸(오른쪽) 씨와 3월 21일 제30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강원도지부 원주지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백주현입니다. 동료지원가 팀 모두와 함께 왔습니다.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계신 자랑스러운 세분과 이들을 도와주시는 근로지원인 두 분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연대를 알지 못하다가, 활동지원 제도가 생기기 전 원주 시청 앞에서 부모님들이 몇 날 며칠을 시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부모들의 조직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모릅니다. 당장 합류하고 싶었지만, 사는 게 빠듯해서 같이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안고, 회원가입하고, 후원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지요.

지금도 장애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비슷할 거라 여겨집니다.
자녀들의 미래가 막막해서 ‘선배 부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정보가 있어서 내 아이가 혜택을 못 받는 것은 아닌지’, ‘사는 게 바빠서 학교에 자주 못 가보는데, 아이가 혹시나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닌지’ 등 평생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며…

부모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두려움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세상에 나 혼자 된 듯 막막하고, 어디 가서 도움 청할 곳이 없어 매 순간이 두려웠었는데, 속 시원히 모든 일이 다 해결되지는 않지만, 내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이 생기고,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면서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른 곳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부모연대의 주도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고 있는 지금은 한편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더 많은 부모님이 힘을 모아서 동참하면 훨씬 빨리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데, 방법을 알겠는데, 게으른 저 자신도 원망스럽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며칠 전 처음 모임에 오신 후배 부모님들이 부모연대에 거는 기대와 앞으로 모임에 참석하면서 생길 동지들로 마음 든든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나마 위안이 되는 듯해서 뿌듯하기도 하고, 책임으로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사는 게 빠듯하다 보니 뻔히 알면서도 많이 도와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지회 대표로서 저 혼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공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또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원주지역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 분이 좋은 뜻을 세우고 꿈을 펼치고자 하시는데, 도움을 주실 많은 분을 초대해서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시고, 뜻을 같이하시는 많은 분이 기꺼이 나눔을 실천하시는 것을 보고, 세상에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 일을 해결하는 데는 꼭 우리만 해야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뭐든 내 손으로 내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할 일은 너무 많고 시간도 능력도 부족해 갈 길이 멀었는데,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 시간 고군분투하시는 우리 장애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곁에는 언제라도 달려와 줄 누군가가 꼭 있습니다. 이웃이 친구가 부모 형제가 그리고 부모연대도 있고, 그 부모연대에는 언제라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도, 힘든 짐을 같이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는 동지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어려울 때마다 도와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는 걸 꼭 기억하시고, 주위를 살펴주세요. 평상시에 주변과의 끈을 놓지 말고 같이 살아가는 연습을 계속해주세요.

우리가 남들보다 조금 힘들게 살고 있을 수는 있지만, 외롭지 않게 살 수는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2023년 3월 21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0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3704cd110b0@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