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장애인 탈시설 공동성명…‘거주시설 선진화’는 ‘건물 선진화’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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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탈시설, 한·EU 공동성명 내놔...‘거주시설 선진화’는 ‘건물 선진화’ 일축
▲지난 21일 한국장애포럼을 비롯한 국내외 장애인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탈시설을 왜곡하지 말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등은 오스트리아의 장애인거주시설 관련자들을 초청해 UN 장애인권리협약의 탈시설 규정에 대한 연설을 들은 바 있다. ⓒ 한국장애포럼/이종성 의원 페이스북
  • 한·EU 20개 단체, ‘CRPD 탈시설 원칙’, 선택적 해석으로 ‘왜곡’ 말라 주장
  • 이종성 의원 등이 주도하는 ‘시설 선진화’, 거주시설 유지 명분일 뿐 일축
  • 탈시설 시범계획 통해 자립생활 시작한 장애당사자 모두 ‘자립생활 만족’
  • 일선 탈시설 지원 관계자, ‘장애당사자 생애 문제…신중한 접근 필요’ 강조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21일, 한국장애포럼(KDF)를 비롯한 국내 15개 장애인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n Independent Living) 등 해외 5개 단체들이 연명으로 탈시설 원칙을 왜곡하지 말라는 공동성명(이하, 탈시설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3월 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사회복지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오스트리아의 UN장애인권리협약 해석과 적용사례 강연회’에서 주장했던 반(反)탈시설을 위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UNCRPD)의 ‘선택적 해석’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탈시설 성명은 “최근 한국에서 유럽 장애인 거주시설들이 UNCRPD에 부합한다거나 좋은 사례인 것처럼 왜곡하는 실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시설이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보호주의적 시각에 대한 규탄”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장애인시설 옹호자들은 시설도 장애당사자의 ‘주거 선택지’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장애당사자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이라면서 UNCRPD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협약 일반논평 5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은 모든 종류의 시설 밖의 생활”이라고 명시한 점과 2022년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발표한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에는 “시설 수용이 장애인에 대한 보호 조치 혹은 ‘선택’으로 고려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당사국은 시설 유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장애인이 시설에서 살기로 ‘선택’했다는 등의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점을 강조하면서, 시설이 장애인의 주거 선택지 중 하나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한국의 시설들이 거주인에 대한 적극적 의료 지원 대신에 약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장애당사자들의 자율성과 선택권이 없는 일방적 프로그램 속에 가둬두는 것은 ’구금‘이며, 인권침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이종성 의원 등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발표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하는 시설 운영 사례’로 소개된 오스트리아의 주거시설들은 물리적 건물 ‘선진화’만 이뤘을 뿐, 정작 장애당사들의 고립된 삶은 명백하다면서 그 근거로 “오스트리아 옴부즈만 위원회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한 서신(2018)을 공개했다. 오스트리아 옴부즈만 위원회는 “국내(오스트리아) 시설과 보호작업장에서 자유를 저해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장애인 거주시설과 그룹홈(centralised homes)에서 장애인 선택권, 탈시설-지역사회 자립생활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는 것.

협약은 특히 “북반구(Global North) 국가들은 시설 폐쇄에 반대가 극심하고, 신규 시설 개설에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는 등의 상황”이라면서, “한국과 유럽 장애계는 앞으로도 더욱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한편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으로부터 더인디고가 입수한 ‘10개 지자체 탈시설 시범사업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1차년도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자립한 29명의 장애당사자들은 탈시설 후의 자립생활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자유로움과 개인의 공간이 있다는 점, ▲대학교 진학, 동료상담가 등 자아실현의 기회가 생긴 점 등이 긍정적 요소다. 다만, 탈시설 이후 안정된 주거지원이나 지역사회에서의 또 다른 고립 등을 방지하기 위한 일상생활 프로그램 지원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해 왔던 일선의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립지원주택에서 탈시설 훈련을 받고 독립한 이후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지역사회의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지원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명분만으로 탈시설을 주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애인 탈시설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실천과제인 것은 맞다. 다만 사람의 한 생애를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섣부른 접근이나 소위 시설주의자들에게 거주시설 존치의 명분을 주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신중하게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한·EU 공동성명에 참여한 장애인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다음과 같다.

한국시민사회단체 / 한국장애포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국제민주연대 / 유럽 및 국제 시민사회단체 /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n Independent Living), 오스트리아자립생활연대(Independent Living Austria), 발리더티재단(Validity Foundation), 국제장애인권연대(Disability Rights International), 세계자립생활센터네트워크(World Independent Living Centre Network, WIN)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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