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산업인력공단의 ‘장애인 응시편의 미제공’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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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업인력공단의 ‘장애인 응시편의 미제공’은 ‘차별’
▲장애인차별금지법 판결 ⓒ 픽사베이 편집
  • 뇌병변 장애인에게 답안대필, 비장애인과 동등한 채점 위한 조치
  • 응시편의 미제공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거부’이므로 ‘차별’
  • ‘차별’ 판결 받았지만, 손배 200만원이 실효적 ‘구제’인지는 의문
  • 장차법 개정 논의에 개인적 차별 구제도 관심 가져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서울북부지방법원(민사30단독 김관중 판사)은 지난 3월 22일 장애인 응시편의 제공을 하지 않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로 인한 차별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200만원을 원고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제20회 가맹거래사 자격시험 공고 당시 공단은 “장애인 응시편의 제공사항(뇌병변장애를 가진 응시자의 경우 시험시간 연장, 답안대필, 별도시험실 배정이 제공될 수 있음)을 명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뇌병변장애를 가진 응시자 A씨가 장애로 인한 차별을 받았다는 것.

가맹거래사 제1차시험에 합격한 뇌병변 장애인 A씨는 제2차시험에 응시하면서 장애인 응시편의 제공사항인 답안대필 요청을 하고 관련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응시표에도 ‘답안대필 편의제공 요청자’임이 명기된 만큼 당연히 편의제공이 이뤄질 줄 알았던 A씨는 2차 시험 당일 대필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자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그 후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이의를 제기했고, 그제야 공단은 A씨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었고 대필편의도 제공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관중 판사는 장애인 답안대필 편의는 “장애로 인한 필기 속도와 가독성뿐 아니라 장애인의 답안지라는 표시가 나지 않도록 하여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기준에서 채점을 받게 하기 위함”이라면서, “장애인이 필기한 답안 인쇄물을 그대로 채점하는 것은 오히려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공단이 시행공고에서 밝힌 편의제공 의무를 현장에서는 이행하지 않다가 이의제기 후 편의를 제공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를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3호,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제2차 시험 불합격은 대필편의 미제공 등 불안감과 흥분, 혼란에 빠진 상태 등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결과인 만큼 공단은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편의제공을 하지 않은 공단의 책임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상의 ‘차별’임을 명백히 한 전향적 결정이라는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장애로 인한 차별로 갖게 된 장애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손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닌 만큼 실효적인 구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 장애인차별금지법 전면 개정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듯한데, 거시적이고 명분 있는 논의도 좋지만 일상적이고 행정절차상의 차별이나 배제, 거부에 대한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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