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공단 인식개선 보수교육, ‘혐오’나 ‘차별표현’ 없는지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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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공단의 인식개선 보수교육, ‘혐오’나 ‘차별표현’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12일 실시한 직장내 인식개선강사 보수교육에서 장애당사자 강사들이 교육 내용에 장애를 과도하게 희화화하고, 장애유형의 호불호를 선택하게 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단은 이에 대해 이번 보수교육에 활용한 프로그램은 미국의 윈드밀이며, 교육 과정에서 과도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더인디고 편집
  • 과도한 ‘장애 재현’, 장애유형 호불호 선택 요구…되레 비하 조장 우려
  • 2008년 도입된 미국의 고용현장 장애인식개선 모듈, 한국 여건에 맞나?
  • 고용공단, 교육 내용 전달 과정에서 ‘오해’ 없도록 할 것… ‘유감’ 밝혀
  • 15년 전 도입된 프로그램, 국내 장애인식 환경에 적합한지 돌아봐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내 인식개선강사 보수 교육 과정에서 과도하게 장애를 재현하거나 장애유형별로 호불호를 선택하게 하는 등 내용이 담겨 장애당사자 강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자신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장내 인식개선강사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지난 4월 1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되었던 강사 대상 보수교육 과정에서 장애인을 비하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날 공단의 인식개선부 직원이 실시한 강의 내용 중 “언어장애인이나 뇌병변 장애인처럼 발음을 재현하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희화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단서는 달았지만, “장애특성을 흉내내는 것 자체가 희화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전 강의에서 한 뇌병변 장애를 가진 강사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무시되었다는 것. 또한 제보자는 “청각, 발달, 지체 장애 중 어떤 장애를 가지고 싶지 않은지 혹은 가지고 싶은지 선택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장애를 비장애인의 호불호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왜곡하고, 선택받지 못한 장애유형에 대한 혐오, 비하, 차별을 조장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보수교육에 제보자와 함께 참여했던 한 강사 역시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보자의 주장에 동의했다. “장애를 유형별로 구분해 호불호에 따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장애를 불편함의 문제로만 인식시킬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장애인식 콘텐츠를 도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 국가별 장애에 대한 인식의 차가 있는 만큼 이런 교육 내용이 국내 상황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용공단이 장애인식을 위한 교육교재나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때에는 장애당사자들의 참여가 반드시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차정훈 고용촉진이사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장내 장애인식개선강사 보수교육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미국의 인식개선 모듈인 윈드밀을 활용한 자료”라면서, 장애의 다양성을 비장애인들이 간접경험을 갖고 토의함으로써 장애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 “보수교육 현장에서 과도한 장애재현으로 인해 장애인 강사분들의 오해가 없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에 현재 장애인식개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장애당사자는 “교육 대상이나 강사의 관점에 따라 현장에서의 인식개선교육의 내용이나 질은 달라지게 된다”면서, 아무리 성공적인 외국의 교육 콘텐츠를 들여왔다고 해도 국내의 저조한 장애감수성 등을 감안하는 등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용공단이 활용하고 있다는 장애 인식개선 콘텐츠인 윈드밀(Windmills) 프로그램은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발된 콘텐츠로 주로 사업주나 인사담당자가 가진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2008년 도입해 한국적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 세부 내용과 운영방식을 수정해 직장내 인식개선교육강사 보수교육 등에 쓰이고 있지만, 도입 시기가 15년 전이고 보면 재점검 시기를 놓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때가 되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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