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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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령 ⓒUnsplash
▲아령 ⓒUnsplash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어릴 적 내겐 약골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중학생이 되기도 전에 큰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1년에 몇 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만 하는 어린아이에겐 부정할 수 없는 정체성이기도 했다. 건강하다는 소리, 튼튼하다는 소리, 힘이 세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어느 정도 노력으로 그런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감히 상상도 되지 못할 만큼 난 몸이 약한 아이로 굳어져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엔 학교 대표로 전국체육대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그 정도의 사건으로는 가까이 있는 가족들의 생각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틈만 나면 팔굽혀펴기하고 매일 저녁 줄넘기를 하고 역기도 들고 달리기도 하면서 실제로 건강한 청년이 됐지만 한번 붙여진 약골 낙인은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운동하는 내게 “승준이는 건강하지”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는 했다. 하지만 잠시 조금 아프기라도 하면 “맞아. 참! 승준이는 몸이 약하지!” 라는 소리가 돌아왔다.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들었지만, 다시 되돌려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다시 달리고 다시 운동하고 또 노력하며 또 다른 이미지 회복의 시간을 기다리는 지난한 시간을 반복적으로 마주했다.

장애는 특별한 것 없는 다름이라고 나름은 열심히 주장하며 다닌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라고 하면 능력이 없거나 힘들거나 가난하거나 슬프거나를 상상하는 이들에게 건강한 장애인식을 심는 일은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독립적이고 건강하게 세상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일상을 공유하며 겨우겨우 굳어진 생각들을 바꿔보려 해도 단 한 번의 부정적 사건은 모든 것을 원래로 되돌리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인식개선 교육을 수없이 받은 사람도 장애인을 연말 불우이웃 돕기 이미지로 한 번 보고 나면 모든 장애인은 도와야 할 대상으로 생각을 되돌리곤 한다. 뉴스에 나온 어느 범죄의 용의자가 장애인이라고 하면 모든 장애인은 사회에 불만이 있는 거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굳어져 버린 생각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힘들지만, 열심히 바꿔 놓은 긍정적인 인식을 부정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작은 계기들은 너무도 많다. 다시 노력하고 다시 되돌리는 시간은 더 힘들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쪽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다시 노력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약골 이미지인 내가 건강한 청년의 이미지를 갖고 싶다면 부단히 운동하고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왜곡된 장애인식으로 굳어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선 역시나 나 스스로 멋진 장애인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내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오로지 나의 노력과 시간에 달려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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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wj79@naver.com'
버럭중사
10 months ago

우리 함께 하시죠
언제나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