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8] ① 최보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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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영 경북지부 칠곡군지회장.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보영 경북지부 칠곡군지회장.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경북장애인부모회 칠곡군지부장 최보영입니다. 얼마 전 우리 센터 팀장이 이런 말을 합니다. 지인과 밥을 먹는 중 뉴스에서 중증장애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장애인들은 모두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랍니다.

팀장이 ‘왜?’라고 물으니 ‘그냥… 당연히 시설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길래 ‘네 딸이 평생 시설에서 산다고 생각해 봐. 아니 네가 평생 시설에서 산다고 생각해 봐. 그냥, 당연시라는 말이 나오냐?’고 면박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장애인은 당연히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뿐일까요?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습니다. 왜 장애인은 당연히 시설에 살아야 합니까? 우리 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살면 안 되는 겁니까?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우리가 같이 살면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같이 살면 안 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탈시설을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시설이 어떤 곳입니까? 한 사람이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어 그 사람의 인권이나 자기 선택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갖지 못하고 획일화한 집단생활을 강요받는 곳이 시설 아닙니까? 이런 폐쇄적인 시설 중에 상당수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과 같은 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대와 폭행 등의 인권침해 행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 총 1557개소에 약 3만 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것은 뭔지 아십니까? 이런 시설에서 거주자들이 어떤 대접을 받더라도 혹여 학대당하다 죽임을 당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형제 복지원, 희망원, 은혜의 집 많은 시설에서 학대와 폭행이 자행되어 온 걸 우리는 보아 왔습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게 하지 말자고 목소리도 높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제자리걸음입니다. 이제는 제자리에서만 걷지 말고 발걸음을 떼달라고 요청합니다.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독립된 주체로 지역사회에서 고통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탈시설에 대한 주변의 우려도 큽니다. 그러나 탈시설을 하면 의존적이던 장애인들에게 개인이 지역사회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을 주고 그 능력을 토대로 자립할 수 있는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사회 속 장애인의 지위를 종속적인 것에서 주체적인 사회 일원으로서의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아닙니다.  

저는 원합니다.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본인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삶을, 평범하며 자유로우며 이웃과 함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말입니다.  

탈시설은 사람이 우선이 되는 삶, 자유로운 삶, 본인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삶, 자신의 꿈을 갖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의 시작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으로 사회통합을 실현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2023년 5월 16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8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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