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제도화…자폐성·지적장애 포함된 네덜란드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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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붙는 조력존엄사 제도화...자폐성·지적장애인 포함된 네덜란드 사례 돌아봐야
▲최근 KBS와 서울신문 등 주류언론들이 조력존엄사제도화 이슈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AP통신이 20년 동안 조력자살제도를 시행한 네덜란드에서 자폐성 또는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나서 제도 오용이나 남용에 대한 문제도 논의해야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픽사베이
  • 언론들 조력존엄사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 제도화 찬성
  • 스위스 조력사망단체 가입 한국인 117명…KBS, 서울신문 이슈화 나서
  • 존엄사=자살, 말기 환자 완화의료 인프라가 우선, 의료계 우려
  • AP통신, 제도 시행 20년 네델란드…자폐성·지적장애인 포함 폭로
  • 자폐성·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 자살 돕는 행위…‘우생학’ 경계해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최근, KBS와 서울신문 등이 국내 첫 조력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등 의사조력사망(조력자살 혹은 안락사)제도의 입법화를 추동하는 모양새다.

서울신문은 안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력존엄사의 제도적 도입의 필요성과 국회의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 의견을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말기 환자이면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으며 ▲자신의 의사로 조력사망을 희망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안 의원의 조력존엄사법 대상 조건에 대해 서울신문은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고통은 심하지만 기대 여명을 예측하기 어려운 마비 환자나 말기 질환은 없었지만 고령 등으로 스스로 조력사망을 선택한 경우까지 포함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KBS 역시 “스위스의 한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한 한국인 회원은 117명, 아시아 국가 중 제일 많다”는 점을 리포트로 내보내면서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에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미디어 청년의사는 2022년 12월 3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조력존엄사제도가 입법화되면 말기 환자의 완화의료 인프라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국민 70~80%가 ‘의사조력존엄사’에 찬성한다는 의견도 ‘의사조력자살’로 다시 물었을 때 합법화 의견은 13%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조력존엄사’라는 용어가 ‘자살’이라는 행위를 가리고 있을 뿐 안락사는 생명을 단축하는 개념일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지난 6월 28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자폐성 또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폭로했다. AP통신은 네덜란드의 안락사 검토위원회 자료를 인용하면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만여 명이 안락사를 선택하고 사망했으며, 그중 900여 명의 자료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고령이었고, 암, 파킨스병, 루게릭병 등의 질환을 갖고 있었지만, 39명은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중에서 18명은 50세 미만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사회가 그들을 도울 다른 방안 대신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정말 괜찮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안락사를 선택한 20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남성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불행하다고 느꼈고, 정기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으며, 사회참여를 갈망했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삶은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공개했다.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등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많지만 네덜란드만이 조력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제한적이나마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안락사를 선택한 실제 수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벨기에 겐트대학교의 윤리학자이자 공중보건학 교수인 카스퍼 라우스(Kasper Raus)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지난 20년 동안 변화했다”면서, “안락사 합법화 당시 암 환자에 대한 논쟁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캐나다 포용 및 시민권 연구소 소장인 팀 스테인턴(Tim Stainton)은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죽음을 돕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생학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관련해 한양대학교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윤은호 연구교수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조력존엄사법은 “우생학적 사고로 인해 강제적 살인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폐당사자인 윤 연구교수는 “자기결정권이란 이름으로 당사자와는 무관하게 ‘동의’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네덜란드처럼 남용될 여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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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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