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 자기결정권만으로 존엄한 죽음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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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존엄사’, 자기결정권만으로 존엄한 죽음일 수 있을까?
▲조력존엄사란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을 의미하는데,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기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다. ⓒ 픽사베이
  • 국회입법조사처, 관련 쟁점과 과제 등 존엄사 문제 다뤄
  •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 할 수 있어야 vs 제도적 남용 우려 너무 커
  • ‘이기적 동기’에 의한 ‘사회적 타살’, 자기결정 이유로 허용될 수 없어
  • 안규백 의원, ‘조력존엄사법 발의’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할 조짐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제1973호_2022.7.21._이만우)은 “‘조력존엄사’ 논의의 쟁점과 과제”를 통해 죽음을 선택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조력존엄사’란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을 의미하는데,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기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죽음 선택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자유권적 기본권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하더라도, ‘의사조력’으로 자기 삶을 마감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조력존엄사’를 찬성하는 핵심 이유는 의사표시가 가능한 임종 과정의 환자가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원치 않는 조력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는 조력존엄사의 시기, 대상, 주체 등을 확실히 규정하고, 실행 방식을 엄격하게 통제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약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고, 법률로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제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경제적 압력에 의해 죽음을 결정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죽음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조력자살은 제도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조력존엄사’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다. 남용의 요인으로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의 여부, 질환의 말기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오판, 그리고 환자 본인에게 불리한 가족 의견의 과도한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병원(윤영호 교수팀)의 여론조사에서 76.3%가 ‘조력존엄사’의 법제화에 찬성했다. 그 이유로 ①고통으로 남은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30.8%), ②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③고통 경감(20.6%), ④가족의 고통과 부담(14.8%), ⑤의료비 등 돌봄 비용 부담(4.6%), ⑥인권 보호에 위배 되지 않음(3.1%) 등이다 반면, 반대 이유로는 ① 생명 존중 (44.3%), ②자기결정권 침해(15.6%), ③악용과 남용 위험(13.1%), ④인권 보호(12.2%), ⑤의사의 오진 위험(9.7%), ⑥회복 가능성(5.1%)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서울대병원(윤영호 교수팀)의 여론조사에서 76.3%가 ‘조력존엄사’의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다. ⓒ 더인디고 그래프 작성

미국 오레곤 주의 존엄사법은 의사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가 존엄하게 생명을 종결하기 위한 약물 투입을 요청할 경우, 해당 약물을 처방해주는 의료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인데, ① 환자가 의사능력과 주 주민인 성인, ② 의사의 진단과 서면 요청 ③ 환자 이외에 최소 2명의 증인이 의사능력, 자발적 서명 등 증명, ④ 의사의 대안 치료 설명 등의 법적 요건을 지켜야 한다.

스위스 형법은 안락사가 자유권적 기본권에 속한다는 의미에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한다. 형법 제115조는 이기적 동기를 가지고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자를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여 이기적인 동기가 아니기만 하면 자살을 돕는 것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2018년 5월,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는 침팬지 박사로 유명한 호주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의사조력자살을 통해 사망하기도 했다.

‘조력존엄사’의 제도화는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해 제도 도입・시행의 요건과 절차 및 한계를 엄격하게 규율하여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면밀한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조력존엄사가 합법화 되는 순간, 환자들의 생명은 조건과 환경에 의해 위협받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게 될 테고, 자기결정권에 의해 연명의료중단이나 의사조력자살을 선택한다고 해도 환자는 부적절한 판단을 내릴 동기는 얼마든지 많다. 가령, 환자가 무력감에 빠져 있다든지, 사망과 병세에 대해 의사나 가족이 오판을 한다든지,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환자의 결정을 재촉한다든지, 심지어 법·제도 자체도 그러한 결정을 추동하는 등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5일 소위 조력존엄사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안규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면서 촉발되었다. 현행법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는 있지만, 조력존엄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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