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50] ② 이금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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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열린 제50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인천지부 남동지회 이금자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8월 29일 열린 제50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인천지부 남동지회 이금자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25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이금자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하려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엄마로서 용기를 냈습니다.

제 아들은 언어표현이 되지 않아 몸으로 말하는 아이였습니다. 아들이 세 살 무렵 가게 운영과 돌봄을 동시에 해야 했고, 그렇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살 역시 지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아들을 끌어안고 좀 더 돌보지 못 한 점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아들은 말하기가 되지 않아 몸이 먼저 움직였고, 기분이 나쁠 때는 상대방을 물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집으로 오는 길에 보이는 슈퍼마켓마다 전부 다 들어가야 직성이 풀렸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상대방을 물었고, 여동생의 등은 도배지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 아들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덩치도 커지면서 도전적 행동으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눕기도 했고, 어느 때는 힘으로 아이를 누르면서 훈육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112를 눌러 경찰서에 신고했던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훈육하고 나면 일주일을 앓아눕기도 했던 시간 속에서 저한테는 태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엄마로서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 중에 아이가 받을 상처가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에게 존칭을 사용하고 존댓말을 사용하며, 해야 하는 행동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을 단호하게 가르쳤습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 등을 사용하며 반복하며 가르쳤습니다.

아이의 몸이 성장해가면서 마음도 자라고 있었나 봅니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조금씩 단어로 말하기 시작했고 젓가락질을 뗐습니다. “안 돼요, 싫어요, 미안해요” 등 말문을 열며 자기표현을 시작하더니, 지금은 오늘의 스케줄을 줄줄 얘기할 정도입니다.

아이들은 엄마를 바라보며 자라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며 존댓말을 사용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인격적으로 존중받기를 바라며, 저부터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가는데, 콜택시 기사님이 존댓말을 사용하는 저에게 활동지원사예요?”라고 물어왔고, “엄마예요라고 하자 의아해하셨어요.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해야 우리 아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요라고요.

엄마 이금자와 아들 재호 씨가 만나 25년을 부대끼며 살아오면서 많이 컸습니다. 엄마의 존중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아들도, 저도 많이 자랐습니다. 우리와 함께 웃고 울어준 이웃들께, 부모연대 회원님들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3학년에 재학 중인 선배 엄마를 통해 부모연대를 소개받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앞장서 활동하는 선배 엄마들과 함께했습니다. 김정님 선배 엄마와 함께 남동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열악했던 특수학급 운영방식을 개선해나갔습니다. 장애로 인해 외부 활동을 못 하게 되면 학교 운영위원회 엄마로서 참여하며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의 성장처럼 더디지만, 사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6년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던 활동지원사업이 2011년 제도화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엄마들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개선해나갈 점들이 많겠지만, 이 집회에서 내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128시간의 활동지원 바우처시간을 이용했었습니다. 그런데 전공과를 졸업하면서 활동지원 바우처 추가시간 10시간이 줄었습니다. 코로나 중에 활동지원등급을 재심사받으면서 20시간이 또 줄었습니다. 지금은 100시간도 안 되는 활동지원 바우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물다섯 해를 살아오면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이,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고, 자라나던 아들의 성장이 멈추게 될까 고민이 많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고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 대책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요청합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투쟁!!!

-2023년 8월 29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50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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