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떠들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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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가리키며 상대방을 향해 무엇인가를 지적하거나 가르치는 모습 ©픽사베이
▲노트북을 가리키며 상대방을 향해 무엇인가를 지적하거나 가르치는 모습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얘들아! 소리 지르지 말고!!”

“그렇게 뛰어다니면 어떡하니?”

체육관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 선생님의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왜 조용히 해야 하는 걸까? 그곳이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도서관도 아니고 교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수업 시간도 아닌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 아이들이 지르는 소리는 제지받을 이유가 없다. 주변 다른 친구들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거나 다른 이들을 배려하지 않아서라고 하기엔 체육관에 있는 모든 아이의 표정이 너무도 밝다.

다른 공공장소나 실내에서의 질서를 지키게 하려고 사전교육을 한다고 하기에도 그 예방적 조치는 과도해 보인다. 내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으나 그것은 오직 현재 상황을 시끄럽다고 느끼고 있는 교사 자신의 안정된 상태를 위해서이거나 그도 아니면 학생들을 향한 습관적 교수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층간소음이 염려되는 아파트 거실에서 뛰는 아이에게라면 조용히 걸으라는 어른의 제안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겠으나 그것이 그 장소를 벗어난 다른 상황에서도 언제나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다. 말하는 이의 근거 없는 고집이거나 이기적 발상의 발현일 뿐이다.

“여기서는 내 말만 잘 들으면 돼!”라고 이야기하는 꼰대 상사처럼 우리는 종종 자신을 위한 결정이나 충고들을 그럴듯한 철학이라도 되는 양 상대에게 내뱉는다. “행복해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라고 말하는 어른 중 높은 수능점수와 행복이 다른 결정들과 행복 사이보다 더 큰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조금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든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정도의 막연한 이유 등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결과들이 청자인 아이들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오히려 다른 부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의 대리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심이라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하다.

자녀가 잘 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재론의 여지 없는 부모의 사랑이라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조언의 기준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객관적 성공보다는 듣는 이가 추구하는 주관적 가치들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수십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내가 장애 가지고 살아보니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몇몇은 불굴의 의지로 초인간적 성취를 다수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가 느끼는 최대의 목표이자 성취라고 할 수 있지만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특별히 더 노력하지 않고 하루하루 소박한 기쁨 느끼며 살아가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도 많다.

“일주일에 운동은 3회 이상 해야 해!”,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해!”, “담배는 끊고 술은 줄여야 해!”라고 말하는 다소 객관적인 말조차도 건강히 오래 살고 싶은 의지 있는 이들에 한하는 가치이다. 많은 이들이 건강히 오래 살고 싶어 할 수는 있겠지만 오늘 당장 죽을힘을 다해 운동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누군가는 과도한 운동이라 전자에게 충고하기도 하겠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관리 못하는 게으름뱅이라고 후자를 탓하기도 하겠지만 딱 잘라서 한쪽만 옳다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건강 챙기는 사람들에겐 더 건강해질 방법을 알려주면 되고 당장 편한 것 좋아하는 이들에겐 또 그에 맞는 방법들을 알려주면 된다. 운동하라는 말조차 어떤 이에겐 건강 해치는 스트레스일 수 있다. 내가 건네는 어떠한 충고도 모든 이에게 절대적으로 옳을 수 없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옳음일 뿐이고 그것을 강요하는 것도 내 욕심일 뿐이다. 불은 라면 좋아하는 이와 꼬들면 좋아하는 이의 간극도 좁힐 수 없는데 내가 가진 생각이 모든 이를 나아지게 할 리 없다.

체육관에서 시끄럽게 뛰어노는 아이들은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제일 좋다. 다른 이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그것이 내 욕심인지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인지부터 깊게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서 다른 이에게 내 생각을 건넬 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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