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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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주년을 맞이한 2023년 12월 22일 여의도에 있는 글래드 호텔에서 아트위캔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왕소영 아트위캔 대표. 사진. ©아트위캔
  • 기자가 만난 사람들-1
  • 아트위캔을 10년간 소신있게 운영해온 왕소영 대표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2013년 7월 25일은 (사)한국발달장애인문화예술협회 아트위캔(Art We Can, 이하 아트위캔)이 탄생한 날이다. 그래서 지난 2023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어떤 단체든 고유한 역사를 가지며 10년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만큼, 그동안 아트위캔이 걸어온 길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아트위캔을 설립한 장본인이자 현재까지도 아트위캔의 왕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끌고 있는 왕소영 대표를 만났다.

“저는 발달장애인의 순수함에 반해서 발달장애인들이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임의단체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재정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실무를 할 사람이 없으니까 당시 제가 사무총장을 하고, 지금은 명예이사장님이신 강성만 이사장님이 회장을 하셨어요. 그렇게 공연을 하고, 예술인들 교육도 했지만, 임의단체니까 사람들이 무시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2019년 서울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게 되었어요.”

2013년에 설립 후 2019년에 법인이 되었다면 6년의 시간을 임의단체로 활동해온 것이다. 아무리 발달장애인이 가진 순수함에 반했더라도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짐작된다. 실무를 거의 왕 대표 혼자 해야 하니까 발달장애인들이 음악을 할 공간(연습실)도 필요하고, 대여할 비용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신경 쓰고 챙겨야 할 일이 많다.

“혼자 다 해야 하니까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2018년에 아트위캔 기사를 보고 김민정 국장님이 찾아왔어요. 제가 같이 일하자고 했는데, 그땐 아트위캔이 공신력 있는 단체가 아니니까 싫다고 했어요(웃음). 그래도 계속 설득해서 같이 일하게 되었고, 김민정 국장님과 같이 일하면서 시너지를 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김민정 국장님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아트위캔이 2019년에 법인으로 되는 등 굉장히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왕소영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김민정 국장은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인들로 아트위캔의 실무를 하면서도 발달장애인들을 지도하는 일도 한다. 인터뷰 중에 발달장애인 아트위캔 회원이 연습을 하기 위해 연습실을 들어서며 왕 대표에게 가까이 와서 인사했는데, 인사를 받는 왕 대표의 행동이 인상적이다. 자기 자식인 것처럼 정겹게 인사하고 챙기려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지난 2023년 12월 22일 여의도에 있는 글래드호텔에서 아트위캔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왕소영 대표(왼쪽)와 김민정 국장. 사진. ©아트위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저의 노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분들이 제게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아이들만 바라보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트위캔을 운영해 왔는데, 어떻게 보면 도움을 받는 입장인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저를 공격하고 그러니까 한때 아트위캔의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다른 부모님들이 오셔서 아트위캔이 없으면 우린 어떡하냐고. 문 닫으면 안 된다고 몇 달간 저를 설득하셨어요. 안 좋은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10년을 이끌어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아트위캔의 회원은 200명이 넘는다. 음악을 메인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미술과 카페사업도 시작했고, 40명의 발달장애인은 (주)농심, (주바디프랜드 등의 기업에 고용되어 월급도 받고 있다. 또 2024년 1월 기준 서울시 비영리 사단법인,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법인,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예비사회적 기업, 보건복지부 지정 장애인 인식개선교육기관, 고용노동부 지정 장애인 인식개선교육기관 등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나 밀알앙상블 같은 큰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 있는 발달장애인 중에 우리 아트위캔 출신이 많습니다. 아트위캔에서 활동하다가 실력이 늘면 더 큰 단체에 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아트위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왕소영 대표의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 수는 5천 명이 넘는다. 해외에서 공부했던 것을 시작으로 성악, 뮤지컬, 박물관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일하며 맺은 인연들이 왕 대표와 아트위캔을 도와주고 있다. 큰 단체도 쉽게 하지 못하는 국제교류도 지금까지 12개국과 교류할 정도로 아트위캔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 우리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정말 행복해 합니다. 어머님들도 행복해 하고. 무엇보다 해외를 다녀오면 연주자들의 실력도 늘고 자부심과 자존감이 하늘을 찔러요(웃음). 그런 모습을 볼 때 굉장히 기쁘죠. 그리고 2017년부터는 우수한 회원들에게 독주회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고 있어요.”

지난해 9월 6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음악회 “Inclusive Harmonies”에 참여한 아트위캔. 사진. ©아트위캔

그래도 역시 아쉽고 필요하게 느끼는 건 재정(돈)이다. 아트위캔에서 하는 사업이 많아도 재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금도 왕 대표는 하루에 3시간을 자고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단다. 전국 각지로 연주하러 갈 때는 15인승 솔라티에 연주자들과 장비를 싣고 왕 대표가 직접 운전해서 다녀온다고 한다.

“국고보조금 사업은 보통 4월부터 시작되잖아요. 1년 내내 지원되는 사업도 필요하고, 또 큰 기업에서도 발달장애인 아티스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후원도 많이 해주면 좋겠어요. 그럼 우리 발달장애인 친구들에게 혜택도 많이 가고 실력도 늘겠죠.”

왕소영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순수함에서 시작된 아트위캔은 설립 10년이 되는 2023년 한 해 동안 총 135회의 공연을 한 단체로 성장했다. 아트위캔이 지금보다 더욱 탄탄해지고 청룡의 해에는 꼭 사회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왕 대표는 대표가 깨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단다.

“얼마 전 LA에서 목사님이 새벽 2시에 연락주셨는데 제가 바로 대답하니까 그럴 줄 알았다고 잠 좀 자라고 하셨어요(웃음). 아트위캔을 운영하면서 항상 대표는 게으를 수 없는 자리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그 부분이 문제가 생길 때가 많아서 아직은 아트위캔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표가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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