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수어를 하지 않는 부분에도 자막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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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되고 부분부분 스타일이 훼손된 인도를 그대로 두면 시각장애인이 다니기 많이 불편하고 사고의 위험이 있다. ©박관찬 기자
낙후되고 부분부분 스타일이 훼손된 인도를 그대로 두면 시각장애인이 다니기 많이 불편하고 사고의 위험이 있다. ©박관찬 기자
  • 장애당사자가 총선에 바란다-1
  • 시각장애인도 다니기 편한 길이 되었으면
  •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 보장 필요

[더인디고 = 박관찬 기자] 2024년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 ‘2024 총선장애인연대(총선연대)’가 각 정당에 요구할 장애인정책 공약안을 발표한 바 있다. 더인디고는 기자가 장애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실제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과 그로 인해 이번 총선에 어떤 요구를 바라는지를 들어봤다.

시각장애 : 빈티지보다는 다니기 편했으면

시각장애가 있는 A 씨는 출퇴근을 비롯한 외출을 하는 경우 항상 지나는 길이 있다. 그런데 이 길은 인도와 도로의 간격이 너무 좁고, 인도 부분도 부분적으로 훼손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로 차가 많이 다니는 관계로 불편한 인도에서 벗어나 도로 가까이로 걷기에도 무척 위험하다.

A 씨는 “실제 이 길로 걸어가다가 발을 잘못 짚어서 넘어진 적이 있는데, 하필 몸이 넘어진 방향이 도로 쪽이라서 정말 큰일날 뻔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런 곳이 여기만 있는 게 아니고 잘 살펴보면 인도가 훼손되어서 다니기 불편한 곳이 많은데, 왜 계속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결과 도로와 인도 사이의 폭이 너무 좁아서 이 폭으로는 시각장애인이 다니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인도 쪽으로 걸어가기에는 인도 스타일이 어떤 부분은 스타일이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스타일이 없어서 잘못하면 A 씨처럼 걷다가 몸의 중심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여기저기 있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는 “마포구에 있는 어떤 곳이 요즘 세대들에게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하길래 가본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막상 가 보니 길이 너무 좁고 다니는 길도 울퉁불퉁해서 넘어지지 않을까 신경쓰느라 뭘 제대로 구경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런 형태의 길이 ‘빈티지’하니까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은데, 장애인에게도 ‘핫플레이스’로 환영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A 씨에 의하면 길을 가다가 쉽게 발견하는 ‘공사’ 현장은 대부분 건물을 짓는 것인데, 이렇게 훼손되고 소위 ‘빈티지’하게 된 곳을 장애인이 접근가능하도록 개선하는 작업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이런 길들은 다니기 불편할 게 분명하다며, 장애인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신경 썼으면 한다고 A 씨는 말했다.

이는 총선연대가 요구한 장애인정책 공약안 중 제도·인프라 과제에서 두 번째 항목인 ‘지역사회 자립·환경 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이동권을 보장받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낙후되고 오래된 길을 리모델링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청각장애 : 알 권리 보장

청각장애가 있는 B 씨는 올해 초 방영했던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B 씨가 말하는 ‘알 권리’는 방송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시청자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B 씨는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니까 수어로 대화하는데, 수어를 사용할 때마다 화면에 자막으로 그 수어가 무슨 뜻인지 나온다”며, “수어를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 자막을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수어가 아닌 말로 대화를 나눌 때는 아무런 자막이 나오지 않으니까 청각장애인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다가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즉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곳에서 일부러 ‘자막 지원’을 받는 게 아닌,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수어로 대화할 때 자막이 나오듯 말로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막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게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B 씨가 반문했다.

B 씨는 “결국 그 드라마뿐만 아니라 뉴스나 예능 등 모든 TV 프로그램에 자막이 자연스럽게 나오면 좋겠다”고 하며, “이게 되기 위해서는 방송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선 정치인들이 이 필요성을 공론화해서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자막이 반드시 필요하고, 당연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또 B 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뉴스에서 수어통역하는 화면이 기존보다 커진 적이 있는데, 수어통역 화면이 꼭 그런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항상 큼직큼직한 크기로 지원되면 좋겠다”고 화면에서 수어통역 화면의 크기 문제도 지적하면서 “다른 시청자들이 보는 데 방해된다거나 그런 문제보다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권리의 비교를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 구분한 시청각장애인의 유형 중에는 ‘청각베이스 시청각장애인’이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다가 나중에 시각장애도 가지게 되는 경우인데, 수어를 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했다면 뉴스에서 작게 나오는 수어통역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반드시 시청각장애의 예가 아니더라도 누가 봐도 수어통역의 크기가 작다는 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B 씨는 어느 방송에서든 자막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또 수어통역의 크기도 충분히 크게 하는 방안을 정치인들이 공론화하여 국민들이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면 좋겠다고 했다. 드라마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남자주인공이 무슨 수어를 하는지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이 이해했던 걸 청각장애인에게도 대입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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